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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을 사서 하네 '이 고쳐 선생과 이빨투성이 괴물'을 읽고

 

걱정을 사서 하네 '이 고쳐 선생과 이빨투성이 괴물'을 읽고

 

이 고쳐 선생은 유명한 치과의사이다. 그가 고치지 못하는 충치는 없다. 게다가 그는 남의 부탁을 절대 거절하지 못하는 착한 심성까지 가지고 있다. 어느 날 동물원에서 연락이 왔다. 충치를 앓고 있는 동물이  있는데 선생님께 데리고 가겠으니 치료해 달라고 했다. 비서가 받은 전화였지만 그가 받았어도 그는 거절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동물의 이빨이 만개정도 된다고 한다. 순간 그는 엄청난 몸집을 가진 괴물처럼 생긴 동물이 예상되어 그 동물이 편안히(실은 본인이 잡아먹힐까 두려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병원을 개조했다. 벽을 부숴 문을 만들고 벽면에 덧되고, 마취제를 대량구매하고 등등등. 하지만 사육사가 데리온 동물은 달팽이였다. 달팽이는 미세한 이빨이 만개쯤되는 동물이라나 뭐라나.. 결국 허탈하게 달팽이를 맞이해 치료해 주었고 이 사실은 사육사가 비밀로 해주기로 했다.


몇일전 문자가 왔다.

'**고등학교. ***학생. 벌점, 수업방해'

헐! 이게 뭐지? 아들녀석 학교에서 온 문자였다. 한번도 그런 적이 없는데 무슨일일까?  

요즘 고3이라고 예민해 있더니 수업중에 친구하고 싸웠나? 아님 선생님께 대들었나? 대체 무슨 일이지? 이거 학생부에 기록되면 대학 가는데 문제되는거 아닐까? 먼저 아들녀석과 통화해볼까? 아냐, 지금 벌점 받아서 감정이 예민해져 있다면 내 전화가 달갑지 않아서 정확한 말을 해주지 않을거야.

담임과 통화해보고 전화하자. 아냐, 전화하는 것 보다 바로 학교로 가는게 더 좋겠다. 애 말도 들어보고 선생님 말도 들어보고 그래서 벌점을 받을 정도였는지 아닌지 판단을 하지. 벌점은 취소될 수 있을까?'

올해는 학교에 전화하는게 벌써 두번째다. 지난 번 보이스피싱[링크]때 했었고. 먼저 아들녀석과 통화를 했다. 수업중에 뒤에 있는 친구와 말을 하다가 걸렸는데 또 한번 그러다가 벌점을 받았다고 한다. 아들녀석에게 왜 그랬냐고 하니 그냥 그럴 수 밖에 없었다고 하면서 다음 수업시간에 질문 잘하고 발표 한 번 해서 '상점'을 받아 벌점을 상계하면 된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것도 엄마한테 문자가 가나? 별것도 아닌데."

"이녀석아, 이런 경험은 시키지 말아라. 간이 쪼그라 들었다."

담임선생님도 학생부에 올라가는게 아니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다. 이런 통화가 되기까지 나는 그야말로 좌불안석이었다. 마치 벌점이 아이에게 '전과'처럼 찍히는게 아닌가해서 말이다. 전화 한통이면 해결될 걸 전화를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로 또 고민을 했으니 이 소심한 A형 성격은 정말 걱정을 만들어 떠 안고 사는것 같다.


이 고쳐 선생이 잠 못이루고 걱정을 하게 된 이유는 이빨이 아프다는 동물에 대한 단 하나뿐인 정보때문이다. '이빨이 만 개나 되는 동물'이라는 정보때문에 머리 속에 이빨 만 개만 그려 놓고 거기에 크기를 예상하니 거대 동물이 나타나게 된것이다. 그렇다면 이 고쳐 선생은 그 동물은 동물 병원으로 데리고 가는게 좋겠다는 결정을 하고 동물원에 통보를 했어야 했다.

하지만 착한건지 소심한건지 모를 이 고쳐 선생은 거절하지 못하고 고민하다가 자신을 보호하면서 동물을 고치기로 결심하고 병원을 개조하기로 한다. 벽을 부숴 문을 크게 만들고 벽에 철판을 덧붙이고 마취제를 다량으로 구매하고 그 큰 괴물을 달래 줄 먹잇감으로 암소 반마리까지 준비했다. 일이 점점 커져 버렸다.

사실 그렇게 큰 괴물이라면 사전에 동물원 측에서 미리 괴물이 치료 받기에 적당한 구조를 설명하고 양해를 구해왔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이 고쳐 선생은 지레짐작으로 판단하여, 자신의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그 괴물을 고쳐보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 하지만 아쉬운건 환자에 대한 정확한 정보없이 너무 앞서나가는 바람에 안해도 되는 걱정을 사서 한 꼴이 되어 버렸던 것이다.

단지 이 고쳐 선생이 위대한 건 환자를 돌봄에 있어 사람이나 동물을 차별하지 않고 어떻게해서든 치료를 해줘야겠다는 의료인으로서의 사명감이 투철한 의사였다는 점이다.

그래도 돈주고 살 것도 많은데 걱정까지 살 필요야 없잖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