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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동화로 보는 세상

이젠 알것도 같은데 그땐 왜 그랬을까... '아버지의 뒷모습'을 읽고

 

이젠 알것도 같은데 그땐 왜 그랬을까... '아버지의 뒷모습'을 읽고

 

베이징에서 공부하던 나는 할머니의 장례를 치르러 고향에 돌아왔다. 아버지가 실직을 하고 형편이 더 나빠진 집안은 꼴이 말이 아니었다. 남은 가재도구를 팔아 빚을 조금 갚았으나 할머니의 장례식을 치르느라 빚을 더 지게 되었다. 결국 아버지는 타지로 일자리를 찾아나섰고 나는 공부를 마치러 베이징으로 돌아가야했다.

난징까지 같이가서 베이징행 기차를 타는데 아버지는 기차역까지 와서 역무원의 손을 잡고 아들을 보살펴 달라 부탁을 하였다. 나는 속으로 세상물정 모르는 아버지라며 웃었다. 그리고 아버지는 귤을 몇개 사오겠다며 건너편 플랫폼으로 가셨다.

철길을 가로질러 가야하기 때문에 허리쯤 되는 높이의 철길로 내려서서 선로를 가로질러 반대편 플랫폼으로 올라가야하는데 아버지는 작고 뚱뚱해서 먼저 다리 하나를 높이 들어 걸치고 어렵게 어렵게 올라갔다. 그 모습을 보다가 울컥 하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눈물은 멈추지 않았고 그사이 아버지는 귤을 옷에 담아 다시 철길을 건너 이쪽 편으로 건너 플랫폼을 힘겹게 올라오셨다.

귤을 건네주시고 아버지는 기차역을 떠나셨다. 그 뒷모습이 보며 하염없이 울었다. 그 이후에도 집안 형편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나는 괜찮다. 다만 어깨가 좀 아프구나, 나도 늙었나보다.'라고 쓰여 있는 아버지의 편지를 읽으며 눈물이 어른거린다. 아버지를 언제 또 뵐 수 있을까?


이 책의 중간쯤 아버지가 어렵게 철길을 건너는 장면은 어느 누가 봐도 너무나 가슴이 찡한 장면이다. 특히 아버지와의 특별한 기억이나 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눈물이 핑 돌만큼.

힘겹게 철길을 건너는 아버지의 마음이 어떤지도 알겠고 그 모습을 보며 하염없이 눈물짓는 아들의 마음이 어떨지도 알겠기 때문이다. 멀리 길을 떠나는 아들을 걱정하는 아버지에겐 아들이 20살이 아니라 30살, 40살이더라도 어린애처럼 느껴져 걱정되고 걱정되는 것이 어버이 마음이기 때문이다. 형편이 어려워진 집안, 아버지의 초라한 모습은 아직 어린 아들에게는 구차스러워 보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버지의 행동에 담긴 그 마음이 전해진 순간 아들은 너무나 죄송한 마음에 그리고 감사한 마음에 뜨거운 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렀던 것이다. 아들의 눈물에 내 마음이 짠했던건, 그런 아버지의 모습에서 나의 아버지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나도 철없던 나이에 아버지에게 그랬으니까..... 

이 책을 어린이 동화코너에서 찾은건데 사실 읽으면서 내용이 어린이용 동화는 아닌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이 감정을 알까? 아이들보다는 성인들이 읽어야 그 내면에 담긴 감정들을 이해할수 있을것 같은데. 내가 어릴 적 사춘기 즈음, 왜 그렇게 아버지의 행동이나 말이 진부해 보이고 답답해 보였는지 모르겠다.

나는 다 큰거 같은데 여전히 어린애로만 취급하는 것 같으니 아버지의 말은 간섭처럼 느껴져 성의없이 대답하고 속으로 비웃기도 했었다. 이 책의 내용처럼 '그땐 왜 그랬을까? ' , '그럴 수 밖에 없었을까?'

아버지가 너무 일찍 돌아가셔서 나는 아버지와 감정적인 화해를 하지 못했다. 이젠 세월이 흘러 감정도 삭아져 버렸고 아버지에 대한 기억도 흐려지고 했지만 아버지와 관련된 책을 읽으면 항상 아쉬운 감정들이 몰아쳐 온다.  라디오에서 DJ가 말한다.

'시간을 돌리고 싶다면 당신은 무엇을 하고 싶습니까?"

다양한 대답들이 들려오는데 그 중 하나 '아버지와 둘이서만 사진 한장 찍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