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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동화로 보는 세상

배우가 되고팠던 천재 동화 작가 '안데르센이 쓴 안데르센 이야기'를 읽고

 

배우가 되고팠던 천재 동화 작가 '안데르센이 쓴 안데르센 이야기'를 읽고

 

나는1805년 4월2일 덴마크 핀 섬의 오덴서라는 작은 마을에서 가난한 구두 수선공의 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와 자연을 벗하며 정신적으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 나는 마을 사람들로부터 목소리가 곱고 노래를 잘 하는 아이로 유명했다. 

11살때 아버지를 여의고 시름에 잠겨 있다가 더 큰 세상을 보고 싶었고 유명한 배우가 되고 싶어 어머니를 졸라 코펜하겐으로 가게 되었다. 코펜하겐에 온 지 14년째에 나는 1년여 동안 이 나라 저 나라를 여행하며 많은 편지와 일기 등 글을 남겼다. 그때 보고 들은 경험들은 동화를 쓰는데 도움이 되기도 했다.  

나는 어머니를 닮아 손재주가 있어 바느질이나 가위질을 잘 했다. 특히 커다란 가위로 밑그림도 없이 섬세한 종이 인형을 잘라 만들거나 손바느질로 인형을 만드는 일은 손이 큰 남자임에도  다른 사람들을 감탄시킬만큼 잘 했다. 나는 여행을 하며 많은 글과 편지를 남겼는데 그 속에도 '나는 나이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작품을 쓰고 싶다. 그래서 글을 쓸 때 사람들에게 말하듯 편안한 말투로 적는다.'라는 나의 바람이 나타나 있다.  

           안데르센이 만든 인형 실물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세계적인 천재 동화 작가이다. 그는 1835년 '아이들을 위한 동화'를 시작으로 160여편의 동화를 썼는데 주요 작품으로는 '인어공주,' '엄지공주', '미운 오리 새끼', '백설공주', '성냥팔이소녀', '나이팅게일', '벌거숭이 임금님', '눈의여왕', '백조왕자', '바보한스' 등등등 우리가 읽었던 대부분의 동화들이 그의 작품이다.

안데르센은 작가들 중 자신의 어릴 적 이야기나 경험등을 자세히 기록해 둔 자료가 많은 작가이다. 지인들에게 보낸 편지의 양도 많았고 안데르센이 죽고 나서 그가 쓴 4500여 쪽에 달하는 일기가 발견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래서 그의 작품들을 연구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 많은 기록들 속에는 동화의 배경이나 한 장면이 되었던 글들이 발견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안데르센 박물관, 덴마크 오덴세

 

이 책에도 어린시절 살았던 마을 풍경이나 그가 살던 집의 풍경들 중 일부가  그가 쓴 동화책 여기저기에 묘사되어 있는 구절을 보여주는데 동화 속 모습이 실제로 있기도 했었다니 직접 보고픈 호기심이 든다. 언젠가 덴마크에 가면 꼭 핀섬에 있는 오덴세라는 마을을 가 봐야겠다.   

 

안데르센의 어릴 적 꿈은 배우가 되는 것이었다. 어머니가 빨래를 하는 곁에서 노래를 부르며 연기를 하는 어린 안데르센을 마을 사람들은 타고난 목소리를 가졌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그래서 노래하는 배우를 꿈꾸며 코펜하겐으로 갔는데 현실은 시골에서 온 그에게 녹녹치 않은 곳이었다. 잠깐 노래를 하기도 했으나 이어가지 못했고,그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여행을 하면서 또는 혼자 있을 때 상상속에서 이야기를 만들었고 그 이야기에 스스로 빠져 들기를 좋아했던 안데르센은  상상속 이야기를 글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만약 안데르센이 작가가 되지 않고 배우가 됐다면 우린 수많은 주옥같은 동화들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 그건 상상만해도 끔찍한 일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동화중 하나인 '눈의 여왕'을 볼 수 없었을 수도 있었다니..

안데르센이 배우를 포기해 주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또 하나 다행인 것은 그는 생전에 왕족과 교류를 가질 정도로 유명 작가로 인정 받았고 그만큼의 안정된 삶과 존경 또한 한 몸에 받았었다. 일부 작가들이 생전에 인정 받지 못하고 어렵게 작품활동을 하다가 사후에 인정 받는 경우에 비하면 그는 정말 행복한 작가였다.

한가지 아쉽다면 그가 만약 독신이 아닌 결혼을 해서 아이들을 두었다면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재밌고 아름다운 동화를 얼마쯤 더 쓰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그랬다면 몇 편쯤 더 재밌고 아름다운 동화를 썼을수도 있었을텐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