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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sitorium/Book

가속화시대에 필요한 느림의 미학 '슬로우'를 읽고

 

 

가속화시대에 필요한 느림의 미학 '슬로우'를 읽고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 중 하나가 '시간이 없다. 바쁘다.' 이다. 우리의 삶의 속도는 지난 200년 동안 두배는 빨라졌다고 한다. 눈부신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이 하던 많은 일을 기계가 대신하게 되었고 편리한 교통수단은 우리의 이동속도를 몇배 빠르게 해 주었다. 그런데도 늘 시간은 남지 않고 모자란다 하니 그 이유가 궁금하다.

 

 

 

 

'슬로우' 저자인 플로리안 오피츠는 독일의 프리랜서 방송 기자이자 영화 제작사로 전형적인 디지털 세계를 살아가는 바쁜 현대인이다. 저자는 직업 특성상 늘 새로운 정보를 찾아 다녀야하며 그런 일정을 때문에 늘 시간에 쫓기며 생활한다.  그러던 중 어떤 사건을 계기로 현재의 삶에 회의를 느끼게 되었고, 자신의 삶에서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게 되며, 숨가쁜 생활에 원인을 찾아 긴 여정을 떠난다.

 

 

저자는 본인의 시간부족이 개인문제라 생각하며, 그 원인이 효율적인 시간관리의 부족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간관리 세미나에 참석하였다. 그러나 세미나에서 얻은 결론은 어떤 기계나 관리로도 시간은 절약할 수 없다는 교훈을 얻는다.

 

현대인은 과거보다 많은 시간이 주어졌다. 그런데도 늘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더 많은 가능성이 있기에 더 많은 일을 받아 들여서 이다. 선택의 가능성은 많아지고 그 때문에 시간에 쫓긴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면 그 다음은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다음으로 만나본 정신과 의사의 처방은 간단하다. 일상을 파괴하는 중독성있는 습관을 한동안 끊기를 권한다.

 

현대인이 왜 불안에 좇기며 사는지에 대한 답을 얻기위해 저자는 두 사람을 만난다. 한명은 정신과 의사가 충고한 생활 방식대로 사는 신문사 기자이며, 또 한명은 유명한 시간 연구자인 카를하인츠 가이슬러 교수이다. 여기서 저자는 중요한 점을 깨닫게 된다. 시간에 관련된 문제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컴퓨터의 탓도 아니다.

 

시간에 쫓기는 이유는 단지 우리가 사용하는 시간들이 사회가 정한 시간표이기 때문이다. 근무시간, 개점 시간, 학교수업이나 연수, 의사와의 상담, 입원이나 퇴원 등 사회 영역의 모든 시간이 다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이 모든 생활 영역이 갈수록 속도를 내고 있다. 따라서 시간문제는 사회 전체가 무서운 속도로 흘러가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인 것이다. 이를 사회학자인 하르트무트 로자는 사회의 가속화 현상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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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가속화를 부추기는 것은 자본주의 경제 논리만이 아니다.

재산과 지위, 승진, 친구, 인간관계 등 모든 것이 사회에서는 경쟁 논리에 포함된다. 경쟁이 모든 것을 지배하며 현대 사회를 이끄는 중요한 원동력이 되었고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 파고 들었다.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사회와 보조를 맞추지 못하고 낙오될까 불안해하며 경쟁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숨막히는 속도와 경쟁에 집착하는 사례는 우리 주위에 널려있다. '시간은 돈이다'를 외치며 전 세계로 끊임없이 정보를 전하는 로이터 통신의 사례는 가속화에 대한 설명을 이해하면서도 실감하기 어려울 정도로 놀랍다. 경쟁을 위해 시간은 점점 쪼개지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금융계에서는 마이크로초와 나노초의 세계가 펼쳐지고 있다.

 

신자유시대가 들어선 지난 30년 동안 브레이크 없는 이런 시스템은 계속해서 속도를 높이다가 결국 벽에 부딪히고 말았다. 2008년과 2009년에 뼈져리게 경험했듯이 통제없는 가화의 결과는 무서운 재앙으로 돌아온다는 걸 보여주었다. 나아가 브레이크 없는 시스템의 피해자가 인간에 그치지 않고 지구 자체의 파멸을 가져 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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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이러한 가속도 시대에 인간의 행복을 찾을 수 있는 대안은 없는 것일까?

저자는 이를 위해은 지역을 찾았다. 노스페이스 창업자인 더글라스 톰킨스의 4000년 이후의 지구를 생각하는 환경보호 노력도 만났고, 세계에서 가난한 나라 중에 하나인 부탄을 찾아 국민총행복의 의미도 알아 보았다. 그리고 아프리카 나미비아에서 실험하고 있는 유토피아적 발상인 조건없는 기본소득의 예도 살펴보았다.

 

그러나 행복한 삶을 위한 보편적인 공식이나 가속화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지는 못했다. 단지 긴 여정에서 얻은 교훈은 자본주의 체제는 영원불변의 자연법칙이 아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자신의 삶에 진정 중요한 행복이 뭔지 알고 싶다면 몇가지는 실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여러가지 선택의 가능성을 차단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때로는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끄고 휴식을 취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갖는 게 필요하겠다.

 

 

 

책 제목인 슬로우를 보면서 처음 떠오른 게 '슬로우 시티' 다. 슬로우 시티는 '불편함이 아닌 자연에 대한 인간의 기다림'을 주제로, 급하고 빠르게 사는 것보다 천천히 살며, 자연과 인간의 삶을 조화롭게 지속가능한 지구를 추구하면서, 나와 내 가족만이 아닌 내 이웃과 더불어 사회 전체의 건강과 행복을 지향하는 국제운동이다. 책에서 말하는 메세지와 일맥상통한다.

 


 

저는 건강한 리뷰문화를 만들기 위한 그린리뷰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