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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동화로 보는 세상

아이들의 맹랑한 말버릇 '싫어요 몰라요 그냥요'를 읽고

 

 

아이들의 맹랑한 말버릇 '싫어요 몰라요 그냥요'를 읽고

 

 

 

 

동물나라 병원에 엄마 원숭이가 아기 원숭이를 데리고 왔다.

지금 동물나라에 전염병처럼 번지는 '3요'병에 걸렸다고 하는데 처음엔 무슨 말인지 몰랐으나 곧 알게 되었다.

 

"어디가 아프니?"

"몰라요."

"모르다니, 어디가 아픈지 분명히 말해야지?"
"싫어요."

"그럼 병원엔 왜 왔어?"

"그냥요."

 

이게 아이들 사이에서 번지는 3요 병이란다. 코끼리 의사는 '매'를 처방으로 내렸다.

코끼리 의사는 자신의 아이는 매로 다스려 3요 병에 걸리지 않았다고 자부했지만 매가 무서워 '몰라요. 싫어요. 그냥요.'를 속으로만 되뇌이던 아기 코끼리는 결국 마지막에 '그냥요'를 외치며 자기 방문을 쾅 닫고 들어가 버렸다. 

지금도 동물나라에서 3요 병을 고칠 치료법을 찾느라 고민이라고 한다.

 

 

 

 

요즘 아이들이 욕을 많이하고 거친 말을 자주 사용한다고해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중고생들은 남여 가리지 않고 일반적인 대화 중에도 듣기 민망한 욕설을 섞어 쓴다고 한다. 실제로 하교하는 학생들 옆을 지나노라면 욕설로 말을 시작하거나 욕으로 끝내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강인함을 표현하기 위해서이거나 그도아니면 다른 아이들이 하니 묻어서 따라한다고 한다. 대부분 그렇게 말하니 똑같이 하지 않으며 왕따를 당하거나 무시당하기 때문에 그저 아무 생각없이 욕설을 섞은 말들을 내 뱉는다.

 

 

이 책 제목인 '싫어요. 몰라요.그냥요.' 는 고학년 아이들이 어른들을 약올리는 대표적인 말들인데 학원강사를 하는 후배말을 빌리자면 아주 속이 터지는 모양이다. 질문을 하면 "몰라요"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 물으면 "그냥요" 뭐좀 하라고 시키면 "싫어요" 이 세 마디를 반복적으로 해서 아주 속상하다고 한다.

 

사춘기 아이들이니 이해하자고 생각하면서도 수업을 진행해야하는 입장에서는 진도가 나가질 않아 수업 분위기를 잡기 위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제3자인 내가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지만 후배가 아직 아이들과 정서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아 아이들이 거부의 표현으로 그리 말하는 것 같은데 그렇다고 부모들이 돈 내고 보내는 학원에서 학원강사가 아이들을 데리고 인성교육을 할 수도 없고 그렇게 여유를 부릴 시간도 없으니 안타까울 노릇이다.

 

 

 

 

 

오래 전 직장 동료가 어제 딸아이를 혼냈는데 마음이 아프다며 이야기를 한다. 아이둘을 뒷 좌석에 태우고 가족들과 외출을 하였다. 뒤에 첫애 딸 아이와 둘째 아들이 앉았는데 티격태격 싸우다가 딸 애가 동생에게 발 치우라고 경고성 말을 했다. 아들은 누나 약을 올리며 발을 치우기는 커녕 이번에 발을 누나 무릎 위로 올려놨다.

 

그때 딸 애가 "이거 치워, 안 치우면 발을 짤라 버린다."라고 험악한 말을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그 아빠는 차를 세우고 딸 아이를 내리라하고 동생에게 잔인하고 나쁜 말을 했다며 뺨을 한대 때렸다고 한다. 딸 애는 엉엉 울지는 못하고 눈물만 뚝뚝 흘리고 외출은 중단하고 집으로 귀가했고 썰렁한 오후를 보냈다고 한다.  

 

오늘 아침에 나오며 어깨가 축 처진 딸 애를 보니 너무 심했나 싶어 마음이 아프다고 한다. 나는 때린건 너무 했다며 오늘 저녁에 사과하라고 했다. 더구나 동생이 먼저 잘못했는데 동생 보는 앞에서 누나를 때린건 더 실수한거라고 말해주었다. 동생에게 둘이 싸우면 누나가 이렇게 혼난다는걸 보여주고 싶었고 험한 말을 한 것에 대한 벌로 때렸다고는 하지만 그런 부모의 맘을 이해하기엔 아이들이 너무 어렸다.

 

 

 

누나가 동생에게 그렇게 잔인한 말을 한건 실제로 발을 자른다거나 딸 애의 심성이 잔혹해서 그런 말을 한건 아니다. '내가 지금 너의 발을 자르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나 있다.' 라는 감정의 표현인 것이다. 그러면 아빠는 그 마음을 읽고 먼저 장난을 걸고 약을 올린 동생을 나무라고 누나에겐 아무리 화가 나도 그런 험한 말로 표현하는건 나쁘다는걸 알려줬어야 한다.

 

 

♣♣

 

 

말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큰 능력이다. 말은 자신의 감정을 보다 구체적으로  왜곡됨이 없이 그대로 전달해주는 수단이다. 그 사람이 어떤 말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격이나 교양의 정도 또는 감정 상태를 추측해 볼 수 있는데 아이들의 말버릇이 거칠어지고 험해지는 이유은 그들의 내적인 감정이나 정서가 그만큼 거칠고 화가 많이 쌓였다는걸 보여주는 지도 모르겠다.

 

말이 통하지 않는 어른들과 대화를 단절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수도 있고 거친 입담의 아이들 말이 곧 어른들 자신임을 알라는 메세지인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의 말버릇에 혀만 찰 것이 아니라 모 방송국의 프로그램처럼 우리 아이들이 달라지기 위해서는 항상 어른들이 먼저 달라져야 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