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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의미있는 일상

결혼 후 처음 받은 생일 상, 딸이 최고야

 

 

결혼 후 처음 받은 생일 상, 딸이 최고야

 

결혼 후 처음 받아 본 생일 상, 감동적이었는데 눈물은 안나고 왜 그리 웃음만 나던지....

생일 날 아침 중요한 일이 있어 외출했다가 저녁에 집 안에 들어서니 음식 냄새가 진동을 했다. 부엌의 모습을 보는 순간 쌓여진 그릇들이 무슨 일이 있었음을 짐작케 했다.

 

 

구절판과 미역국

 

아무도 나와 보지 않고 조용한 집.

방으로 들어서니 근사한 생일상이 차려져 있었다. 그걸 보는 순간 갑자기 웃음이 터져 나왔고 그제서야 남편과 딸은 나를 반겼다.

 

 

"이거 누가 한거야?"

"나는 돈 내고 장보고 만들기는 **이가 하고."

제대로 구색을 맞춰 갈끔하게 차려진 구절판을 보니 제법 흉내를 내서 모양새 있게 만들었다. 부엌의 그 많은 흔적들은 구절판이 원인인 것 같다.

 

닭갈비는 양념이 된 걸 사다가 볶았다고 하는데 양이 너무 적어 다시 더 볶아야 했지만 매콤하니 맛있었다. 케잌은 아빠가 준 돈이 모자라서 롤케잌 한 줄만 사서 초를 한 줄로 나란히 꽂아 놓았다. 물가를 모르는 남편이 돈이 모자를지 몰랐다고 한다.

 

딸애 등을 두드리며 잘했어 , 괜찮아 라고 말하며 상 주위에 둘러 앉았다.

 

 

 

그런데 미역국도 끓였다고 하면서 가져왔는데 고기도 넣고 간이 알맞게 잘 끓였다. 아주머니가 덩어리 고기를 주셔서 그걸 써느라 애먹었다고 하길래 썰어달라고 말하지 그랬냐하니 원래 그렇게 주는건지 알았다고 한다. 한번도 사 본적이 없으니 그럴만도하다.

 

다음엔 쓰임새에 따라 썰어 달라고 하면 편하다라고 말해주었다. 미역국에 진간장을 잘 못 넣어 다 버리고 다시 국간장으로 끓였다는 무용담(?)도 들으며 나는 행복한 기분으로 그 많은 음식들을 죄다 먹었다. 이런 메뉴들과 조리법은 인터넷에서 보고 그대로 따라했다고 한다. 요즘은 인터넷이 선생이다.

 

 

남이 해준 밥이 최고, 그것도 생일상이면

 

운동이고 다이어트고 뭐고 이런 정성이 담긴 생일상을 받았는데 음식을 남기는건 정성을 무시하는 것 같아서 배가 터지더라도 다 먹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미역국에 밥을 말아서 정말 다 먹어 버렸다. 성냥이나 라이터가 없어 촛불끄기는 생략했고 바로 빵을 잘라서 먹었는데 오랜만에 먹어보는 꿀맛이다.

 

여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밥은 '남이 해준 밥'이라더니 그 말이 딱 맞다.

 

사실 집에 오기전 친구와 전화를 하다가 오늘 생일이라고 하니 미역국 먹었냐고 하길래 아직 안먹었다고 했다. 집에 가는 중인데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것 같고 이상하게 올해는 직접 미역국 끓이기도 귀찮다 했더니 집에 갔다가 아무것도 없으면 자기한테 오라고 했다.

 

그 친구는 들깨 칼국수집을 하는데 그 음식이 내 입에 잘 맞아서 가끔 가서 먹은 적이 있다. 집에가서 상황보고 전화하겠다고 했는데 바로 문자를 보냈다.

'생일 상 받았어 ㅎㅎ'

'거 봐, 좋겠네. 맛있게 많이 먹어^^'

 

다음 날 시어머니께 그리고 친정 엄마께 친구들한테 여기저기 자랑하는 전화하면서 하루 종일 웃었다. 그러고보니 이틀간 정말 많이 웃었다. 딸! 음식하느라 고생했지? 정말 맛있게 먹었구. 진짜 고마워~

 

이참에 내년엔 아들이 끓인 미역국 먹어보기에 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