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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동화로 보는 세상

엄마와 딸을 위한 동화 '세 엄마 이야기'를 읽고

 

 

엄마와 딸을 위한 동화 '세 엄마 이야기'를 읽고

 

 

 

 

'세 엄마 이야기 ' 동화 읽기

 

도시에 살다가 가족과 함께 넓직한 밭이 딸린 시골 집으로 이사를 왔다.

 

 

 

 

엄마는 인절미에 묻힐 콩가루를 위해 밭에 콩을 심기로 했지만 어떻게 심어야할지 몰라 힘만 들고 땀만 뻘뻘 흘리며 애를 먹다가

"엄마~ 도와줘!!!"

하고 외쳤다.

 

그 순간 엄마의 엄마가 와서 호미로 땅을 파고 도와줬지만 둘이 하기엔 너무 벅찼다. 엄마의 엄마는

"엄마! 도와줘!!"

하고 외쳤다.

 

 

그 순간 엄마의 엄마의 엄마가 나타나 밭을 갈고 엄마의 엄마는 호미로 콩 심을 구멍을 파고 엄마는 콩을 심었다.

 

콩이 싹이 나고 자라기 시작하자 잡초들이 무성해져 엄마가 뽑으려 했지만 구별하기 어려웠고 엄마는 다시

"엄마! 도와줘!"

외쳤다.

 

그 순간 엄마의 엄마가 나타나 잡초들을 베어 냈다.

 

가을이 되자 콩꼬투리가 열리고 콩을 따내기 시작했지만 너무 많아서 엄마는 다시

"엄마! 도와줘!'

하고 외쳤다.

 

엄마의 엄마의 엄마는 낫으로 콩을 베고 엄마의 엄마는 베어 낸 콩을 한아름씩 묶어 세웠다. 엄마는 떨어진 콩들을 주워 담았다. 햇빛에 잘 마른 콩볏단을 모아 놓고 도리깨질을 해서 콩을 털어냈다.

 

 

 

엄마의 엄마의 엄마는 메주를 만들자고 했고 엄마의 엄마는 두부를 만들자고 했고 엄마는 인절미에 묻힐 콩가루를 만들자고 했다. 콩을 삶아 메주를 만든 날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엄마의 엄마의 엄마와 엄마의 엄마, 그리고 우리 엄마는 단꿈을 꾸며 잠이 들었다.

 

 

 

엄마와 딸을 위한 동화

 

제목을 보고 '세 엄마'가 아니라 '새 엄마'인줄 알았다. 그림이 너무나 마음에 들어 바로 한장 펼치니 예상대로 내가 좋아하는 그림들이 장마다 가득가득해서 선물을 받은것처럼 기분이 너무나 좋았다. 그 자리에서 끝까지 다 읽고 보니 마지막 장면이 겉 표지의 그림과 같은 그림이었다.

 

고단한 콩 털기 작업을 끝내고 콩을 삶아 찧고 사각 모양의 메주를 만드느라 4대 모녀지간이 어지간히 힘이 들었는지 곯아 떨어져 자는 모습이 너무나 정겹게 느껴지는 동화책이다.

 

도시에서 살다가 농촌으로 이사온 딸을 맞아 시골 생활을 도와주고 가르쳐주는 모녀지간의 알콩달콩한 모습이 마냥 부럽다. 고조할머니를 엄마라 부르는 할머니의 모습과 할머니를 엄마라 부르는 엄마의 모습을 어린 딸의 눈으로 표현한 재미있는 동화이다.

 

다 큰 어른들이 엄마를 외칠 때의 모습은 어린 아이의 모습과 다를 것이 없고 그 소리를 듣고 달려오는 엄마 역시 나이가 아무리 많아도 엄마의 모습과 다를것이 없다.

 

책 장면 중에도 있지만 언제 어디서나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외치면 수퍼맨처럼 나타나는 엄마! 

 

 

 

요즘 딸가진 엄마들의 모습을 담은 광고 중에 아주 공감가는 것이 있다.

어린 딸아이를 키우느라 지친 젊은 엄마와 사춘기 자녀에 무시당하는 중년의 엄마, 결혼 후 반찬해서 나르는 엄마와 손주들 봐주느라 제 시간 못 갖는 나이 든 엄마의 모습이 나오는 광고이다.

 

대부분의 딸들과 엄마들이 그렇게 살았고 나도 그 중 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간혹 '나는 엄마처럼 살지 않을거야!' 외치지만 대한민국에서 딸을 가진 엄마의 삶이란 그리 다양하거나 파격적이지 못한다.

 

왜냐하면 엄마의 삶은 대체로 비슷하기 때문이다.

딸의 눈으로 바라본 엄마의 모습은 다소 이해하기 어렵고 답답해 보이기까지 하다지만 엄마가 되면 어느 새 싫어하던 엄마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하루 12번 싸우고 13번 화해하는 우리 집 모녀, 우리 딸의 궁금증 하나

"엄마의 엄마는 엄마 옷을 잘 사주는데 엄마는 왜 나 안사줘?"

 

딸아~ 나는 할머니가 사주시는 거 아무거나 불평없이 감사하게 받는다.

너는 디자인이 어떻고 색깔이 어떻고 이걸 어떻게 입느냐며 불만이 많잖니, 너도 내가 사주는 거 말없이 받아 입는다면 사다 주마.

 

딸들이 이 책을 본다면 그리고 딸을 둔 엄마들이 이 책을 본다면 등장 인물 중에 하나쯤 내 모습과 닮은 여자를 만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