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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의미있는 일상

경기침체의 현주소, 무너지는 동네 상권

 

 

경기침체의 현주소, 무너지는 동네 상권

 

지인이 운영하는 9년차 정육점이 8월15일 광복절을 맞아 문을 닫았다. 내년이면 10주년이라고 이벤트라도 해야하나 고민을 했었는데 폐업을 한 것이다.

 

 

 

 

1주일 전쯤 우연히 들렀을때 몇 달전 가게를 내놓았다는 말을 듣고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는데 당사자는 시원섭섭하다고 한다. 경기가 나빠서 점포가 잘 안나갈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빨리 나가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점점 힘들어지는 자영업자

 

지인의 가게가 있던 골목의 상권이 나빠지기 시작한 건 재작년쯤 부터인것 같고 작년부터 눈에 띄게 나빠지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임대'라고 써 붙인 점포들이 늘어나면서 그나마 적자지만 영업을 하는 사람들도 뭔가에 쫓기는듯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작년 겨울부터 눈에 띄게 매출이 줄면서 적자를 면치 못했나보다.

 

 

 

그래도 버텨보려 했는데 들리는 소문에 이 상황이 좋아지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또는 좋아지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말을 듣고 가게를 접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작년 겨울이나 늦어도 봄에 내 놔야했는데 시기가 늦어져서 권리금등 손해를 감수해야하는 부분이 있지만 그래도 몇 달만에 나간걸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인근 점포 두 곳은 내 놓은지 1년이 다 되가도록 계약자가 나서질 않고 있어서 임대료만 매달 내고 있는 곳도 있으니 말이다.

"어떤 장사를 하는 사람이 들어와요?" 물으니 카드깡하는 사무실이 들어올 예정이라고 한다.

"사채? 하는 사람들요?" 되물으니 잘은 모르지만 그런것 같다고 한다.

 

 

서민경제의 바로미터, 늘어가는 사채업자

 

조금 놀랐다. 지인의 가게는 큰 도로에서  30미터 안으로 들어 온 골목길이지만 사거리 코너에 있어서 길목이 좋은 위치이다. 공간도 넓으니 임대료도 꽤 되는걸로 알고 있는데 이런 위치에 사채 사무실이 들어온다는게 의아스러웠다. 불법적인 사채가 아니라면 숨을 필요가 없지만 그래도 사채업 사무실이 동네 골목 사거리 1층에 간판을 걸고 영업을 한다 생각하니 왠지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지인은 "돈줄이 막힌 소규모 영세업자들은 이런 사람들한테라도 돈을 빌려야하니 어쩌면 앞으론 이런 사무실이 더 늘어날지도 모르죠."라고 말했다. 당분간 쉬시라 했더니 1주일 정도만 쉬었다가 파트타임으로 일을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우리가 이야기를 나누는 중간에 동네 아줌마들이 앉아서 다리도 쉬고 수다도 떨던 오래 된 쇼파가 부숴져 트럭위로 던져졌다. 점점 가게 안이 비워져 가는 모습이 마치 오래 된 사진속 그림들이 지워져 없어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좀처럼 웃지 않은 지인의 얼굴을 보면서

"그동안 애 쓰셨어요. 당분간 잘 쉬고 천천히 무얼 할까? 생각하세요." 헤어지며 지인의 손을 다독여 주고 돌아서니 골목길이 더 쓸쓸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