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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sitorium/Interest

불가사리, 쇠를 먹는 영생불사의 괴물

 

불가사리, 쇠를 먹는 영생불사의 괴

상상 속 영생불사의 괴물 중에 오리지널 한국판 몬스터가 있다. 이름은 불가사리인데, 바다에 사는 별 모양의 생물을 말하는 게 아니라 우리나라 전설 속에 등장하는 상상의 동물이다.

 

불가사리는 곰의 몸, 코끼리의 코, 코뿔소의 눈, 호랑이의 발, 쇠톱같은 이빨, 황소의 꼬리를 지녔고 온몸에 바늘같은 털이나 있는 종합판 괴수의 모습으로 결코 쉽게 상상이 되는 생김새는 아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암수가 구별된다는 점이며, 불가사리의 암컷에는 줄무늬가 있다.

불가사리의 원래 이름은 '불가살이'였는데, 이름이 '불가살이'로 붙여진 데는 두가지 설이 있다. 한가지는 '불가살(不可殺)' 즉 죽일 수 없다는 단어에 '이'가 붙어 생긴 말이라는 설이고, 다른 하나는 '불가살(火可殺)'로 불로써 죽일 수 있다는 뜻이라 전해진다.

그러면 한국판 괴물인 불가사리는 어떻게 태어났기에 불사의 영물이 되었는지 그 궁금중을 풀어보도록 하자.

 

철을 먹는 괴물, 불가사리

고려가 망해갈 즈음 깊은 산속에 홀로 사는 할머니가 먹다 남은 밥알 찌꺼기를 뭉쳐 괴물 모양의 밥알 인형을 만들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밥알 인형이 곧 살아나더니 실뭉치에 꽂혀 있는 바늘을 씹어 먹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바늘을 먹었지만 점점 먹는 게 다양해 졌다. 숟가락과 젓가락 등 집안의 모든 쇠붙이를 먹어 치웠고, 쇠를 먹을 때마다 괴물의 덩치는 점점 커졌다. 집안에 더 이상 먹을 쇠붙이가 없게 되자 괴물은 길을 떠나 전국을 돌며 모든 쇠붙이를 먹어댔다.

그러던 중 오랑캐가 쳐들어와 나라를 혼란스럽게 하였다. 오랑캐는 창, 화살, 대포로 전국을 공포에 몰아 넣었으며 백성들을 괴롭혔다. 그러자 전쟁터에 나타난 괴물인 불가사리는 신나게 병사들의 무기를 먹어 치우기 시작했다. 날카로운 칼, 대포 등 쇠붙이로 된 무기라면 무엇이든지 불가사리에게는 맛있는 먹이가 되었다. 이런 불가사리의 모습을 본 오랑캐는 혼비백산하여 도망쳐 버렸다.

전쟁이 끝나자 불가사리는 전국적인 유명스타가 되었다. 요즘의 싸이는 저리가라 였을 것이다. 불가사리는 오로지 쇠만 먹었지 사람은 해치지 않았기 때문에 백성들에게 위협적인 괴물이 아니었다. 오히려 오랑캐를 무찔러주니 백성들에게는 점점 인기가 높아 갔다.

그러나 오직 한사람 만은 불가사리를 미워하였다. 다름아닌 고려의 왕이었다. 불가사리가 왕의 자리를 넘볼까봐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결국 왕은 점쟁이를 불러 불가사리를 없앨 방도를 구하라 명령했다. 점쟁이는 불가사리의 약점을 알고 있었고, 쇠로 된 불가사리를 불로 녹여서 없애 버렸다.

 

전쟁없는 세상을 꿈꾸던 백성들

고려 말 백성들은 왜 불가사리를 만들어 냈을까?

당시 고려는 거란족과 여진족 그리고 몽골족이 쳐들어와 백성들은 하루도 편한 날이 없는 시절이었다. 오랑캐의 창칼에 수 많은 백성들이 죽고 다쳤다. 그리고 오랑캐를 무찌르기 위해서는 더 많은 칼과 창이 필요했다. 그래서 농민들의 호미와 낫을 빼앗아 무기를 만들었고 백성들은 굶주리고 헐벗어야 했다.

이때 백성들이 간절하게 원하는 것은 오직 하나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이었다. 바로 이러한 고려 백성들의 염원이 쇠를 먹는 불가사리를 탄생시킨 것이다.  바꿔말하면 상상 속의 동물인 불가사리를 만들어 낼 정도로 고려 말 백성들의 고통이 심했음을 간접적으로 알 수가 있다.

 

 

그 이후로 불가사리는 나쁜 꿈을 물리치고 병을 막아주는 영물로 생각되어 집안의 굴뚝에 새기기도 하였다. 실제로 경북궁 아미산 굴뚝에 불가사리 문양(위 사진)이 남아 있다. 이처럼 불가사리는 전쟁 무기를 만드는 사람에게는 무서운 괴물이지만 백성들에게는 죽지 않는 불사신이고 재앙을 막아주는 수호신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