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을 보는 창/동화로 보는 세상

동화 '엄마와의 전쟁', 엄마들의 착각

 

동화 '엄마와의 전쟁', 엄마들의 착각

 

 

동화 '엄마와의 전쟁'은

우리 삼남매가 작전회의를 시작한 건 여름휴가로 놀러갔던 오두막집에서였다.

 

오빠는 나와 동생을 불렀고 이제는 엄마와의 전쟁을 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강박증에 걸린 것처럼 우리를 틀 속에 넣어 키우려는 엄마에게 우리는 그런 삶을 원치 않는다는 걸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예의 바르고 고운 심성을 가진 착한 아이가 되기를 바라는 엄마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우리를 '모범생'처럼 꾸며 놓고 그렇게 자라기를 바라셨지만 우리는 점점 견디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우리는 '백작부인 타도하기' 작전을 개시했다.

 

 

먼저 막내가 화장실 공사후 바닥에 바른 접착제에 신발을 신고 올라가 그대로 붙어버리게 만들었고 2탄으로 나는 동생의 머리에 치약과 젤을 잔뜩 묻혀서 석고처럼 굳게 만들었다. 오빠는 스치로폼을 눈처럼 잘게 부숴서 거실에 잔뜩 뿌렸다.

엄마는 기절하기 일보직전까지 가셨다. 아빠의 위로 속에 눈물만 흘리시는 모습을 보니 조금 미안해지기도 했다. 우리는 엄마에게 요즘 아이들은 엄마가 원하는 스타일로 자라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더니 처음엔 서운해하시는 것 같았다. 하지만 곧 우리들의 의견을 이해해 주셨다.

엄마와 우리는 오빠의 힙합바지와 장식없는 운동화, 청바지와 티셔츠를 사러 백화점으로 갔다.

 

완벽한 엄마, No!

엄마는 일급 자격증이 아깝지 않은 완벽한 엄마의 역할을 한다.

거기다 아이들까지 완벽히 착한 아이, 외모나 성격까지 얌전하고 점잖은 아이로 성장시키려고 노력한다. 제3자가 보면 이 집은 모델 하우스에서 봄직한 완벽한 가정이다. 엄마가 꿈꾸는 가정의 모습에 아이들은 답답함을 느끼지만 엄마가 실망하실까 불만을 감추고만 있다.  

결혼한 주부의 로망은 아름다운 집에 점잖은 남편과 예의바른 아이들이 조곤조곤 이야기하며 조용히 살아가는 모습일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만든 환상 속에 가족들을 넣으려고 한다. 정작 아이들과 남편은 그걸 원하지 않는데도 말이다.

책 속의 엄마도 백작부인이 쓴 소설 속 환상적인 가정 모습을 그대로 실현시키고 싶어 자신도 아이들도 스트레스 속에 살게 했다.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의 강력한 반발로 아이들은 엄마가 만든 틀 속에서 나오려고 엄마와의 전쟁을 조용히 선포한 것이다.

그리고 당연한거지만 그 전쟁은 아이들의 승리로 끝이 났다.

 

엄마들의 착각

큰 아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 같은 반 아이 중 부유한 집의 아이가 문구류를 훔치다 걸린 적이 있었다. 너무나 놀란 아이의 엄마는 도대체 아이가 왜 그런 짓을 했는지 알 수가 없다며 울고 불고 난리가 났었다.

웬만한 문구류는 다 집에 있는데 뭐하러 그랬을까 나중에 들리는 말에 아이는 엄마가 사 놓은 문구류가 아니라 요즘 애들한테 유행하는 문구류를 갖고 싶었다고 한다.

그 아이는 부러울 것 없는 부자집 아이지만 자신이 선택하거나 결정할 수 있는게 하나도 없다고 한다. 모든게 엄마의 뜻대로만 될뿐. 그제서야 아이가 왜 그런 짓을 했는지 이해가 갔다. 나를 비롯한 한국 부모들의 대부분이 아이를 키울 때 많이 하는 말 중 하나가 '엄마(아빠)가 다 알아서 해줄게'라는 말이다.

이 말이 아이에 대한 넘치는 사랑의 표현이라고 착각한다. 결코 아이를 위한 말이 아닌데도 말이다. 아이를 보호해야하는 게 부모의 역할이지만 혹여 사랑이라는 줄로 아이를 붙잡아 매는건 아닌지 모르겠다.

부모가 잡고 있는 아이의 줄을 살살 풀어주는 여유가 필요한 이유는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줄을 끊고 도망가 버리면 다시 줄을 잇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