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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동화로 보는 세상

전래동화 '붙어라 떨어져라', 해학과 풍자가 주는 권선징악

 

전래동화 '붙어라  떨어져라', 해학과 풍자가 주는 권선징악

 

 

전래동화 '붙어라 떨어져라'는

나쁜 주인을 만나 돈도 제대로 못받고 겨우 밥만 얻어 먹으며 일만 하던 착한 젊은이가 있었다.

 

 

견디다 못해 젊은이는 그 집을 뛰쳐 나와 돗자리장수를 시작했다. 그러다 산 속 무덤가에서 돗자라를 병풍삼아 바람을 막으며 잠을 자고 있는데 무덤에서 귀신이 나와 자신의 무덤을 돗자리로 바람까지 막아주며 보살펴 주어 고맙다고 했다.

 

 

젊은이는 무서워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는데 보답을 하고 싶다던 귀신은 붙을 '접'자와 떨어질 '락'자가 써 있는 종이 두장을 건네주었다. 종이를 들고 다시 주인집을 찾아가니 마침 주인의 딸이 혼사를 치르고 있었다.

 

 

첫 날밤 젊은이는 신랑 신부를 향해 '붙어라'를 외치며 종이를 꽉 쥐었다. 그러자 신랑 신부는 철썩 붙었다. 아무리 떨어지려 해도 안되자 신부 어머니를 불렀다. 젊은이는 다시 '붙어라'라고 말했고 어머니마저 붙어버렸다. 아버지인 주인도 붙었고 얼떨결에 강아지도 붙어버렸다.

 

 

 

때 옆에 있던 젊은이를 보고 주인은 재산의 반을 줄테니 도와달라고 했고 젊은이는 '떨어져라'를 외치며 종이를 꽉 쥐었다. 그러자 한꺼번에 모두 떨어졌다. 주인의 재산 중 반을 받은 젊은이는 무덤으로 달려가 고맙다는 인사를 했고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았다.

 

 

 

누구를 더 붙일까?

마음씨 나쁜 주인이 그래도 언젠가는 일한 만큼의 보상을 주겠지 믿으며 열심히 일만 했던 착한 젊은이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일하던 집을 뛰쳐 나왔다.

그 젊은이가 측은해 보였는지 하늘은 젊은이에게 붙기도 하고 떨어지기도 하는 종이를 주었다. 이 장면은 외국 동화 중 '세 가지 소원'이라는 동화의 내용을 기억나게 한다. 귀중한 세 가지 소원을 욕심과 어리석음 때문에 보잘것 없는 소시지와 바꿔버렸던 동화 말이다.

 

 

다행히 젊은이가 가진 종이는 사용 횟수에 제한이 없다. 그래서 이야기의 재미를 위해 계속 사람들을 붙게 만들다가 나중에 한꺼번에 확~ 떼어 버린다. 만약 아이들이 이 동화를 읽는다면 속으로 누군가를 더 붙게 만들지도 모르겠다.

 

익살맞은 그림의 즐거움

동화의 내용은 전형적인 권선징악, 고진감래의 전래동화이지만 내용에 맞는 익살맞은 그림이 인상적인 동화이다.  

다소 과하고 우스꽝스럽게 그려진 등장인물 들이지만  친근감있게 느껴져 그림들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특히 신랑신부 외에 어머니, 아버지, 개, 그리고 앞집 할멈까지 모두 붙어버려 뒤엉켜 있는 그림은 압권이다. 

 

 

눈동자의 위치에 따라 각기 다른 표정들을 하나하나 보자니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눈, 코, 입이 선명하고 원색이 많이 들어간 외국 동화와 비교하면 이리저리 삐뚤어지고 채도와 명도가 낮은 색을 사용한 우리 나라 전래 동화는 화려함은 떨어지지만 따스한 인간미와 해학적인 면은 더 우수하다고 생각된다.

책을 찾다가 이렇게 마음에 드는 그림을 보면 보물을 찾은 것 같기도 하고 선물을 받은 것 같아 기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