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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느낌있는 여행

서울성곽길은 역사 속으로 들어가는 타임머신이었다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은 조선왕조 오백년 도읍지였던 한양이다. 한양은 지금의 서울이 있기 바로 직전까지 수백년 동안 왕조의 중심지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흔적을 찾기란 쉽지가 않다.

하지만 관심을 가지고 눈을 크게 뜨면  애처로이 남겨진  흔적들이 여전히 남아있음을 금방 알 수 있다. 거대한 첨단 도시 서울의 그늘에 가려져 있는 성곽길, 그 길에서 상념에 빠져보았다.

 

 

임금이 계시던 경복궁이 북악산을 등지고 자리잡고 있으며 경복궁을 중심으로  흥인지문(동대문)과 돈화문(서대문),숭례문(남대문)과 숙정문(북대문)의 4대문과 혜화문,소의문, 창의문, 광희문의 4소문이 성곽으로 이어져 한양을 감싸 안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서울시민은 얼마나 될까? 

흥인지문이나 숭례문은 너무나 유명해서 잘 알고 있지만 그외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면 잘 모를것이다. 실제 건물은 없고 터나 지명의 이름으로만 남아있기 때문이다.

 

 

보물 1호 흥인지문에서 대로를 지나 예전 이대부속병원 자리 옆으로 보면 끊겨진 성곽이 보인다.

전에는 지나치면서 이게 뭘까라는 궁금증조차 갖지 않았었다. 지금도 언뜻 보기엔 축대를 연상시킨다.

동대문 성곽공원을 지나며 길게 이어진 성곽길은 예전의 모습 그대로는 아니었다.

그동안 서울이 겪은 여러가지 시련들때문이겠지만 군데군데 보이는 옛 흔적들이 안타까움을 더하게 만드는 것은 이제야 찾아온 미안함때문이기도 했다.

 

 

 

굴곡진 지형에 오르막길로 이어진 성곽길은 그늘진 곳이라 눈도 많이 남아있고 바람도 아주 찼다.

그래서일까?

몇 백년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이 성곽을 쌓기 위해 땀과 눈물을 흘렸을까, 추운 겨울 아무런 장비도 없이 맨 몸으로 추위를 견디며 축성 작업을 했을 이름없는 민초들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생각하니 해질녁 성곽이  슬퍼보인다.

 

잘 정비된 낙산 공원에 이르러 한숨을 돌리고 저멀리 펼쳐지는 서울시내를 한 눈으로 휘~이 둘러본다.

멀리 보이는 것은 화려하고 높은 빌딩들이지만 눈 밑 바로 아래에는  오래 된 소박한 한옥들이 보인다.

비교적 높은 지대인데다가 높은 성곽이 앞을 가로막고 있어 햇빛 한줌을 하루 한번 받기도 어려워 보이는 집들이 성곽 너머에 많이 있다. 

동쪽의 작은 문 혜화문이 큰 길 건너편에 보인다. 혜화동 성당과 혜화동 로터리를 발이 닳도록 지나쳤건만 한번도 못봤던 혜화문이다.

 

처음엔 끊김없이 이어져 조선의 한양을 둘러 싸고 있었을 서울성곽길, 그 중에 동대문에서 혜화문까지의 여정을 마쳤다.

박물관에서 보는 화려함이나 세밀함은 없으나 많은 생각과 상상을 하게 만들었다.

시작부터 끝까지 산등성이의 모양을 따라 구불구불 오르락 내리락 이어져 있는 동대문 성곽길에서 시대를 넘나드는 타임머신을 탄 듯 상상속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