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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느낌있는 여행

북악산 자락 청와대로 이어지는 경복궁 돌담길에서 조선왕조를 생각하다

 

북악산 자락 청와대로 이어지는 경복궁 돌담길에서 조선왕조를 생각하다

역사적으로 화려한 문화를 창조하고 누렸던 옛 왕조들의 모습은 남아있는 문화재를 통해서 유추해 보게 된다.

금빛 찬란했던 천년의 신라 왕조는 왕족의 무덤 속 유물들이 말을 해 주고 학문과 문화가 절정의 꽃을 피웠던 오백년의 조선왕조는 웅장하면서도 아름다운 경복궁이 말을 해 준다.

하지만 지금  주인없는 경복궁 뜰에는 소리없이 눈만 쌓이고 있다.

 

 

뿌리 깊은 나무같은 조선이 역사에서 사라질 줄 누가 알았겠는가

존엄한 임금이 계신 구중궁궐의 문이 이렇게 힘없이 열릴 줄 누가 알았겠는가

어느 누구도 나서서 이런 무례함을 꾸짖는 사람이 없으니 그것도 또한 슬프고 씁쓸하다.

 

경복궁과 함께 있는 고궁 박물관을 지나 삼청동 방향으로 나가면 청와대 앞까지 이어지는 경복궁 돌담길이 있다.

덕수궁 돌담길과는 다르게 한적한 이 길을 따라 가본다.

아마 옛날에는 담장을 빙 둘러 군사들이 철통수비를 했을 터이지만 지금은 지나는 행인을 검문하는 경찰들이 한가로이 서 있다.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는 청와대는 눈 속에 희미하게 보이고 그 뒤 북악산은 눈에 가려 더욱 희미하다. 

눈 속에 가려진 산처럼 이젠 흔적만 남은 옛 왕조가 살았던 경북궁,  파란 지붕처럼 눈에 확 들어오는 현재의 실세 대통령이 사는 청와대, 둘 사이에서 시대를 넘나들며 '그 집'의 주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상상해 보았다.

 

끝이 없을것처럼 긴 경복궁 돌담길에 인적은 없고 잎은 다 떨어진 멀대처럼 키가 큰 나무들이 담장 둘레 길을 따라 줄을 지어 서 있다.

아무나 들어갈 수도 없고 마음대로 나올 수도 없는 높디 높은 담장 안 궁궐에는 천하가 다 아는 임금님도 살았지만 이름없이 살다가 꽃다운 처녀들이 수도 없이 많았던 곳이기도 하다.

궁궐에서 담장 밖으로 자라 나온 나뭇가지에 앉은 새는 혹시 그 때 그 처녀는 아닐지....

 

어린이 박물관과 함께 있는 민속박물관이 보이면 경복궁 돌담길은 거의 끝자락이다.

어린이 박물관과 민속박물관으로 갈 수 있는 정문을 지나면 옛날 경복궁을 지키기 위해 만든 망루 동십자각이 보인다.

화문을 중심으로 동서 양쪽에 대칭을 이뤄 동십자각과 서십자각이 있었는데 서십자각은 일제때 없어지고 동십자각만 남게 되었다고 한다.

 

몰락한 왕조의 모습은 그전의 화려함때문에 더 초라해 보이기 마련이다.

어렵게 세운 왕조를 지키기 위해 수많은 자손을 낳았지만 마지막엔 왕조를 지켜 줄 단 한 명의 자손도 남아 있질 않았다.

주인이 없는 집, 대가 끊긴 쓸쓸한 그 집 마당에는 휑한 바람 한 자락과 소리없는 눈만 다녀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