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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의미있는 일상

나는 관객초보 너는 공연초보

 

나는 관객초보 너는 공연초보

딸아이의 친구가 연주회 초대를 하였다.

초등학교 친구인 그 아이의 엄마가 음악쪽에 있는 분이란 걸 알고 있었고 그 아이도 음악 전공을 하고 있다해서 직접 공연을 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모 대기업에서 후원하는 재능있는 중고 학생들이 그동안 연습한 것을 발표하는 공연이었다.

아직 한참 배워야하는 아이들이라 미흡한 공연이 염려되어 기성 음악가들을 초청해 협연을 하게 되었다는 교장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공연이 시작되었다.

 

 

나는 관객초보 

아이들을 지도 감독한다는 교사는 연주에 앞서 객석에 앉은 관객들의 긴장?을 풀어주고자 관객들에게 좌우에 있는 모르는 사람과 인사를 나누는 시간을 갖게 했다. 그 바람에 폭소가 터졌지만 나름 센스가 돋보이는 진행이었다. 그리고 팜플릿에 소개 된 연주 곡명이 일부 바뀌었다는 것과 함께 연주프로그램에 대한 설명을 하고 관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박수치는 타이밍에 대해 알려주었다.

연주하는 곡이 끝났다 싶을 때 박수를 치지 마시고 연주자가 인사를 하거나 지휘자가 뒤돌아서면 박수를 치라고 하였다. 그리고 흔히 앵콜 요청을 위한 커튼 콜을 위해 박수를 멈추지 말라고 했다. 퇴장했던 연주자와 지휘자가 다시 나올때 까지 말이다. 여기저기 웃음이 터져 나왔지만 사실 나는 잘 몰랐던 거였다.

바이올린, 첼로, 비올라, 하프, 콘트라베이스와 클라리넷, 트럼펫과 호른, 탬버린까지 다양한 악기들이 귀에 익은 클래식 멜로디가 귀를 즐겁게 했다. 들었던 음악엔 같이 리듬을 타고 모르는 음악엔 귀를 쫑끗 세워 집중해 들으려고 무지? 노력했다.

 

너는 공연초보

집중하다보니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어떤 아이가 눈에 띄었다. 그 애가 눈에 띈 이유는 다른 애들은 머리를 까딱이거나 몸을 살짝 흔들며 나름 리듬을 타는데 그 아이만 유독 경직되어 보였기 때문이다. 긴장한 티가 역력해 나중엔 안쓰럽기까지 했다.

'나는 관객 초보, 너는 공연 초보구나'

40여분 뒤 휴식시간을 가지고 나서 2부가 시작되었는데 잘 모르는 곡이 나오자 우려했던 졸음이 오기 시작했다. 아....여기서 이러면 안되는데.... 표시 안나게 살짝 졸았는데 연주회가 끝나고나니 이런, 딸아이가 내가 조는 걸 봤다고 한다.

그러면 어떠랴! 비온 뒤 안개 낀 5월의 어느 저녁, 훗날 세계적인 연주자가 될 어린 음악가들을 미리 만났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