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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동화로 보는 세상

뜨겁지만 잘 익은 감자 속 추억들 - 동화 '감자를 먹으며'

 

뜨겁지만 잘 익은 감자 속 추억들   - 동화 '감자를 먹으며'

 

 

 

 

동화 '감자를 먹으며' 줄거리

내가 어릴 때 어머니는 밥 위에 얹어 잘 익은 감자를 젓가락에 꽂아 뜨거우니 조심하라며 나를 주셨다.

뜨끈뜨끈한 감자를 후우후우 불어가며 먹었다. 나는 점심으로 삶은 감자를 먹고 아버지께는 새참으로 갖다드렸다. 

 

그리고 아궁이 불에 구워 먹기도 하고 친구들과 냇가에서 자갈돌을 달궈 모래쑥을 덮어 구워먹는 감자는 맛이나 향이 기가막혔다.

 

 

미루나무에선 보리매미가 울어대고 우리는 뜨거운 감자를 이손에서 저손으로 옮겨가며 팍신팍신하게 익은 감자를 먹었다. 나는 감자를 먹고 책을 읽고 감자를 먹고 글을 썼으며 감자를 먹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었다.

 

 

나는 아직도 감자를 먹고 사는 사람들 동네에 오두막집을 짓고 사는 꿈을 꾼다

 

 

뜨겁지만 잘 익은 감자 속 추억

어머니가 부엌에서 젓가락에 꽂아 주시던 뜨거운 감자를 받아 먹는 아이의 표정이 살아 있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5-60대의 어르신들은 누구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겪었던 분들이라 쌀보다 더 많았던 감자나 고구마를 밥처럼 먹었던 시절을 기억할 것이다. 쌀은 하나도 없이 오직 감자만으로 밥그릇을 채우거나 도시락으로 싸 가기도 했었다고 한다.

 

감자는 고구마와 달리 뜨거울 때 먹어야 제맛이 나는터라 채 식지도 않은 감자를 들고 이손저손 옮겨가며 한 입 베어 물면 입안은 또 얼마나 뜨거웠던지. 팍신팍신한 감자를 너무나 좋아했던 작가 이오덕 선생님이 들려주는 추억의 감자 이야기가 친근하게 다가온다.

 

 

동화로 보는 세상

우리 친정 어머니도 강원도 분이라 그런지 어릴 때 기억으로 가끔 밥에 감자를 얹고 밥을 지으셨다.

어쩌다 한번 먹는거라 별식처럼 먹었지만 친정 어머니는 어릴 때 너무 많이 드셔서 그닥 좋아하시는 않으셨다. 그래도 어머니는 감자를 아주 맛있게 삶으셨다. 감자를 삶을 때 소금을 넣어 삶다가 감자가 익을 때쯤이면 물이 졸아서 소금이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감자 사이에서 튄다.

 

그러면 냄비를 들고 감자를 살살 굴려 다시 불 위에 얹었다가 꺼내신다 뚜껑을 열면 껍질이 살짝 벗겨진 팍신팍신한 감자가 마치 설탕을 덮어 쓴 듯한 모양새로 익혀져 있다. 뜨거운 감자를 젓가락에 꽂아 아버지는 김치를 얹어 드시고 우리는 설탕에 찍어 먹었다. 숟가락으로 으깬 감자에 설탕을 솔솔 뿌려 먹으면 부드러움과 달콤함이 입 안을 황홀하게 했었다.

감자를 잘 삶는 어머니를 아버지는 '강원도 감자바위'라며 놀리기도 하셨다. 삶은 감자를 가운데 두고 도란도란 둘러 앉아 맛있게 먹었던 한여름의 어느 날이 떠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