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을 보는 창/의미있는 일상

추석 명절에 해외여행가는 외며느리 친정 올케

 

추석 명절에 해외여행가는 외며느리 친정 올케

 

해외여행 가는 올케

일요일 오후, 잠깐 낮잠을 자려는데 남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왠일인가 싶어 얼른 받으니 안부인사 끝에 오늘 처갓집 식구들과 해외여행을 간다고 한다.

팔순이신 장인의 생신겸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가족여행이라고 하면서 말이다. 주말쯤에나 귀국하는데 다들 직장인다보니 명절 연휴기간을 잡게 되었다며 묻지도 않은 여행 일정을 늘어 놓는다. 

 

 

친정집 올케는 나와 1년 차이로 결혼을 해서 아이들 나이도 한 살 차이가 난다. 나는 맏며느리, 올케는 홀시어머니에 외며느리이다. 우린 둘 다 시어른들을 모시고 살았기 때문에 말을 하지 않아도 동변상련의 감정을 느낀다.

맞벌이를 하며 남편 내조에 시어머니를 모시고 아이들을 키우는 게 쉽지는 않았을 터이다. 나도 그랬으니까. 그래서 흔히 말하는 시누 노릇을 하지 않으려 했는데 올케도 그리 생각하는지는 글쎄....

 

 

 

며느리 입정와 딸 입장

올케에게 전화를 다시 걸었다. 부모님 모시고 해외여행 가니 좋겠다 하니 거동이 불편하셔서 구경은 많이 못한다며 명절에 며느리 자리를 비우는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담아 대답을 한다. 시어머니와 시누에게 명절에 친정식구들과 여행간다고 당당하게  말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터이니 그 불편함을 덜어주고 싶었다.

"자손들 거느리고  비행기 타고 해외여행 가시니 사돈 어른들 좋아하시겠네, 잘 가서 재밌게 놀다와."

 

 

사돈댁은 교회를 다녀서 차례를 지내지 않지만 친정은 차례를 지낸다. 아들 며느리가 자리를 비우니 친정 어머니와 손주들이 차례를 지낼 것이라 한다.

친정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다. 동생네 부부의 해외여행 소식을 들었다 했더니 어머니는 내색하지 않으려 하시지만 살짝 맘이 상하신 듯 했다. 내가 가서 도와줄테니 같이 하자고 말씀드렸더니

"아니야, 오지마, 이번 차례는 다 만든거 조금씩 살거야. 먹을 사람도 없는데 뭘."

"그래요. 요즘은 사서 해도 흉 아니야. 이번 한 번 사서 해도 조상님이 뭐하고 안 하실거니까 다 사요."

 

 

친정어머니는 정작 당신은 자식들과 모두 같이 여행을 간 적이 없는데 며느리는 친정 식구들과 해외여행을 간다니 부럽기도 하고 속상하시기도 한 모양이다.

엄마!  올케가 결혼하고 20년만에 처음으로 친정 식구들과 명절을 보낸다고 하니 좋은 마음으로 다녀오라고 해 줍시다. 20년이면 회사에서도 장기근속 휴가 일주일 정도 줍디다. 대신 맛있는거 많이 가져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