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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97'을 보며 떠오른 추억 속의 경상도 사투리

 

'응답하라 1997'을 보며 떠오른 추억 속의 경상도 사투리

 

 

작년에 우연히 보았다가 빠져들면서 보게 된 드라마가 있었다. 케이블 tv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인데 1980년대 학창시절을 생각나게도 하고 직장 초년기 시절 많이 들었던  친근한 경상도 사투리의 매력에 푹 빠져 버렸다.

 

외가댁인 강원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터라 강원도 사투리를 잠깐 사용했었지만 서울로 이사 온 지 40년이 넘어서 이젠 제법? 서울말씨가 능숙하다.  서울 말씨가 표준말이다보니 서울사람들은 모든 지방 사투리가 신기하게 들린다.

 

특히나 나이 어린 사람이 어른들에게 반말 비슷하게 하는 경상도 특유의 사투리는 정겹게 들리기도 하고 버릇없게 들리기도 해서 난감할 때가 있다. 특히 부모나 손위 형제에게

"언니! 오빠! 니는~~"

"엄마! 니는~~"

이라고 할 때는 정서적으로 살짝 거부감이 들기도 했었다.

 

 

 

 

 

 

 

추억 속의 경상도 사투리

 

20대 때 다니던 직장은 경상도 출신 직원의 비율이 훨씬 높았다. 그래서 오해의 소지도 많았고(싸우려고 시비거는 말투로 오해 사투리를 따라 하면서 사이가 좋아지기도 했었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회의 시간이었다. 아침 회의 시간, 부장님은 저만치 앞 단상에서 마이크도 없이 지시사항과 전달 사항을 말씀하시고 나가버리시면 나는 옆 동료의 얼굴을 보며 알아들었냐고 눈짓을 한다. 

 

 

 

 

 

목소리도 작으신데 경상도 사투리까지 쓰시니 도통 무슨 소린지 한 마디도 알아들을수가 없다.  대놓고 "뭐라구요?" 라고 되물어볼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었다. 그래서  회의가 끝나면 우리는 경상도 출신 직원들 주위로 몰려 들어 그 직원이 브리핑하듯 들려주는 전달사항을 다시 들어야만 했다. 

 

그 직원이 들려준  군대시절 사투리 에피소드 한토막. 

 

 

 

 

난 경상도 사나이

 

군에서 행정병으로 근무할 당시 사단장이 방문한다는 연락을 받았던 그 직원은  브리핑을 맡은 장교를 도와 보고서 작성을 돕던 중, 보고 몇 시간을 앞두고 준비하던 장교가 다치는 사고가 발생해 보고 준비를 도왔던 그 직원이 대신 브리핑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옆에서 같이 준비하다 보니 내용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브리핑 내용 숙지는 잘 되어 있었지만  문제는 강한 경상도 사투리였다. 연습 삼아 해봤는데 듣던 사람들이 말하길 사투리가 너무 심해서 전달력이 떨어지고 산만해 보인다고 걱정했지만 대체할 사람이 없어 그대로 하되 목소리를 낮춰 하라고 지시를 받았다고 한다.

 

드디어 브리핑 시간, 사투리를 적게 내려고 목소리도 낮추면서 애를 썼는데 그게 더 힘들어서 에라 모르겠다 하고 그냥 사투리로 말을 바꿔 브리핑을 했다고 한다. 그 순간  부대 관계자들은 얼음처럼 얼어버리고....

 

어찌어찌 브리핑을 끝내고 앞을 보는데 사단장이 일어서며 박수를 치면서 하는 말

"니 참 잘한데이. 귀에 쏙쏙 들어오네. 니 우데서 왔노?"

 그 분도 경상도 싸나이였던 것이다.

 

 

 

 

 

그런 경험 때문이었을까? 대개 서울에 오면 사투리를 고치려 애를 쓴다는데 그 직원은 고치긴커녕 오히려 격한 사투리를 우리들에게 자랑하듯 늘어놓았다.

 

경상도 사투리도 지역에 따라 조금씩 틀린다고 하는데 그것까지 구분하지는 못하지만 드마라에서 들리는 사투리가 귀에 익은걸 보니 아마도 당시 그 직원도 부산 출신이었나 보다.

 

 '응답하라 1997' 드라마의 여자 배우들이 사용했던 사투리는 발랄하면서 귀염성의 매력을 풍겼고 남자 배우들의 나즈막한 사투리는 책임감과 묵직한 믿음이 묻어나는 매력을 발산 했다.  이제 곧 10월18일부터 시즌 2격인 '응답하라 1994'가 시작된다고 하는데 다시 한번 타임머신을 타고 어린시절 그때로 돌아갈 생각에 조바심나는 기다림에 설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