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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sitorium/과학

시험관 고기, 구제역은 없어도 고기 맛은 어떨까?

 

시험관 고기, 구제역은 없어도 고기 맛은 어떨까?

 

 

시험관 고기로 햄버거를 만드는 법

 

1. 소의 엉덩이 근육을 조금 떼어낸다.

2. 근위성세포(성체줄기세포)를 분리해 낸다.

3. 배양액을 넣어 세포를 증식시킨다.

4. 틀 안에 세포를 키우면 근섬유가 형성돼 서로 달라붙어 근육을 만든다.

5. 전기 충격으로 운동을 시켜 단백질 함량을 높인다.

6. 근육가닥을 모아 향미료, 색소를 보충한다.

7. 쇠고기 햄버거를 먹는다.

 

위 과정은 네덜란드 정부가 2005년부터 2009년까지 200만 유로( 30억원)를 지원한 실제 프로젝트이다.

 

시험관 고기는 콩 단백질을 가공해 만든 인조고기(소위 콩고기)와는 다르다. 가축을 도축해서 얻은 고기는 아니지만 진짜 고기이기 때문이다.

 

 

 

구제역의 엄청난 피해

 

2010 11월 경북 안동에서 시작된 구제역은 350만 마리가 넘는 소 돼지를 몰살하는 피해를 가져왔다. 우리나라에서 사육되는 가축이 소 300만 마리, 돼지 900만 마리 정도이니 전체 가축의 4분의 1이나 되는 숫자이다.

 

 

 

 

 

피해규모 역시 국내에서 발생한 최대의 구제역 피해였으며 세계적으로도 세 번째 규모였다. 바꿔 말하면 그만큼 많은 사람이 고기를 먹는다는 소리다. 한 사람당 1년에 소고기는 8Kg, 돼지고기는 18Kg을 소비한다.

 

육식보다는 채식 위주였던 우리의 식생활이 한 세대 만에 서구화된 식생활로 바뀌어 육류 소비량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건강을 중시 하는 요즈음 채식주의에 대한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구제역이나 조류독감, 광우병이 터지면 당연히 채식주의를 실천하자는 목소리가 커져야 하는데 꼭 그렇지는 않다.

 

어쩌면 가끔 발생하는 비상사태(구제역, 조류독감, 광우병 등)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방안이 육식을 멀리하는 것이 최선일텐데 현대인들에게 고기를 멀리한다는 것은 비현실적 대안이 되어 버렸다. 고기 맛을 대신해 줄 음식이 없으니까.

 

 

 

성체줄기세포로 만든 시험관고기, 과연 그 맛은?

 

2010 12 9, 과학저널 <네이처> 지에 '시험관 고기'의 연구 현황이 소개 되었다. 네덜란드 아인트호벤 공대의 시험관 고기 연구자인 마크 포스트 교수의 이야기를 다룬 내용이었다.

 

포스트 교수는 원래 줄기세포를 연구하였는데 이를 의학에 이용하는 것보다 스테이크를 만드는데 활용하는 게 낫다고 판단해 시험관 고기 연구에 뛰어들었다.

 

포스트 교수는 돼지에서 얻은 근위성세포(근육 성장과 재생에 관여하는 성체줄기세포)를 배양해 증식시킨 뒤 세포 덩어리를 틀에 고정해 전기충격을 줘 실제 근육 같은 조직을 만들도록 하였다. ( '시험관 고기로 햄버거를 만드는 법' 이다)

 

전기충격을 줘 실제 근육같이 만드는 이유는 그냥 세포 덩어리는 '씹히는' 맛이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세포를 배양하는 장치에서 얻은 고기를 '시험관 고기'라 한다. 현재는 시험관 고기로 햄버거 하나를 만드는 비용이 33만 달러( 3 7000만 원) 정도 든다고 한다.

 

이에 대하여 포스트 교수는 시험관 고기가 친환경적이고 인도적이라 채식주의자들도 죄의식에서 벗어나 고기를 맛 볼 수 있을 것이며, 충분한 연구비만 지원된다면 10년 뒤에는 경제성 있는 시험관 고기를 맛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 시험관 고기의 맛은 어떨까?

 

실제로 시험관 고기의 맛을 본 사람이 있다. 수년 전 포스트 교수의 실험실을 찾은 방송 저널리스트가 시험관 고기를 집어 먹었는데, 그의 평은 "육질은 괜찮은데 맛은 없네" 였다.

 

맛이야 방법이 있을 것이다. 그보다는 복제 고기가 팔려도 먹을까 의문이 드는데 시험관 고기라면 과연 돈 주고 사먹을까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