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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all/영화 이야기

언어의 연금술사 김수현 - 이번에도 통할까?

 

언어의 연금술사 김수현 - 이번에도 통할까?

 

대한민국의 안방극장을 들었다 놨다 쥐락펴락하는 드라마 작가중 김수현작가는 여제라 불릴만큼 인지도가 높다. 그의 작품은 방송사 입장에선 시청률 보장이 되고 배우들에겐 그야말로 가문의 영광처럼 여겨지는 캐스팅이다.

그동안 방영되었던 수많은 작품들 중 개인적으로 재밌게 보았던 작품은 '사랑과 야망'이라는 드라마이다. 지금도 명대사와 명장면들로 자주 회자되는 작품중 하나로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다.

 

 

 

새로이 시작하는 작품 '세번 결혼하는 여자'를 보니 중간부터 봐도 그의 작품임을 알 수 있다. 독특한 대사때문이다. 김수현표 극본의 특징 중 하나인 긴 대사와 거르지 않고 직구로 날리는 대사들이 작가를 떠 오르게 만든다.

실제로 김수현 작가는 자신의 작품 속 대사를 거침없이 쏟아내 줄 배우를 직접 고른다고 한다. 고심끝에 나온 대사를 한 줄이라도 허투루 날릴 수 없으니 당연한 것이리라.

 

김수현표 드라마의 특징

* 김수현의 작품 속 인물들은 주인공부터 시작해 모든 인물들이 말을 참 잘 하면서 길게 말한다.

자신의 마음을 감정을 세심하게 혹은 직접적으로 나열하듯이 표현하고 반복적인 말투는 감정표현을 뚜렷하게 해서 전달력도 좋다.

'아니, 아니라고, 아니라고 몇번 말해!' '아니'라는 대사를 위해 세 번의 아니라는 대사가 반복적으로 쓰인다.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들을 수 없었던 어휘들이 귀에 쏙 들어오고 마음에 팍 박힌다. 김수현표 드라마는 그동안 에둘러 설명하고 돌려서 말하기에 익숙한 우리네 정서를 뒤흔들었다.

 

 

 

 

* 김수현 작품 속 인물들은 대사를 받아치는 과정에서 굉장한 순발력을 발휘해 속도감을 느끼게 한다.

특히 두 사람의 대화는 그 대상이 누구이건 간에 잠시의 틈도 없이 대화가 오간다. 마치 탁구공처럼 기다렸다가 맞받아치는 대사는 나중에 저렇게 한번 써먹어야지라는 생각이 들게도 한다.

 

* 김수현 작품 속 인물들은 감정기복이 거의 없다.

대중에게 보여지는 작품들은 대중이나 관객의 몰입을 위해 위기나 절정의 장면에 있어 배우들이 격한 감정을 드러나게 연출한다. 그 과정에서 억지스런 우연을 만들고 오버스러운 감정과 대사를 하기 마련인데 김수현의 작품에서는 억지스러운 우연이나 사건, 감정표현등이 적다.

더욱 길어지고 디테일한 대사가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되는데 이런 특별한 대사를 제대로 처리할 수 있는 배우는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김수현 작가는 대본 리딩을 통해 배우들을 직접 캐스팅한다.

 

 

김수현표 드라마, 이번에도 통할까?

이번에 새로 시작한 드라마 역시 김수현표임을 그대로 나타냈다.

어린아이부터 노할머니까지 역시나 말을 너무 잘 하고 너무 잘 받아친다. 여전히 대사는 핑퐁게임처럼 주고 받으며 적절한 어휘로 직접적인 감정을 표현하니 들으면서 혀를 내두르게 되고 '역시'를 외치게 된다.

 

 

 

하지만 그러다보니 오랜 시청자는 드라마의 패턴을 다 숙지했다. 이전의 작품들에 비춰 한 회만 보고도 등장인물들의 성격, 또는 대사가 어떻게 이어질지 감(?)이 온다.  

욕을 하게 되는 막장도 아니고 울고 불고 화내는 치기어린 감정도 없이 비교적 일정한 음역대로 발성하는 배우들은 모던하고 세련된 느낌을 주지만 눈으로 보기보다는 귀를 더 쫑긋 세우게 되는 드라마가 김수현표 드라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