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위와 권세를 이용해 남의 아내를 남의 남편을 뺏는다는 이야기는 막장 드라마의 단골 소재이다. 예나 지금이나 남녀간의 치정에 얽힌 이야기가 세상사 이야기 중 가장 자극적인 이야기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드라마라 해도 중간에 이간질을 하는 남의 말만 듣고 서로 오해하고 불신하는 부부의 모습은 안타까움을 넘어서 한심스러운 건 어쩔 수 없다.
천년 전 부부의 사랑 이야기, '도미의 처'
지금부터 천년 전, 옛 이야기 속 부부들은 적어도 남의 말만 듣고 아내를 혹은 남편을 불신하지는 않았다. 설화 속 미모의 처녀 이야기는 행복해지는 결말의 이야기가 많지만 그에 반해 미모의 부인들은 대부분 비극적인 결말로 끝나는 안타까운 이야기들이 많다.
죽음도 불사했던 천년 전 부부의 사랑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가장 유명한 '도미의 처' 이야기를 보면, 백제 개로왕 때 도미에게는 어여쁜 아내가 있었다. 이들 부부는 금슬도 좋아서 마을 사람들은 그들을 부러워했다.
그의 아내가 미인이라는 소문은 왕에게도 전해졌고 개로왕은 질투의 마음이 들어 이들 부부를 시험해보기로 했다. 도미를 궁에 가두고 부하 중 한 사람을 왕으로 변장시켜 왕명으로 그녀를 범하려 한 것이다.
도미의 아내는 남편을 기다리다 왕의 복장을 한 사람을 보고 그가 왕인 줄 알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는 너를 두고 도미와의 장기내기에서 이겼으니 오늘밤 수청을 들라 하였고 도미의 아내는 장기를 두지 못하는 남편이 내기를 했다는 것이 이상해 계집종을 자기 대신 방으로 들여보냈다.
아내가 왕에게 수청을 든 것으로 오해한 도미는 낙심하여 집으로 갔고 아내에게 자초지정을 듣고 크게 기뻐하였다. 하지만 왕이 이 사실을 알고 노하여 도미의 두 눈을 뽑고 그의 아내는 후궁으로 데려가려 했다.
신변정리를 한다며 궁을 빠져 나온 아내는 죽으려고 강으로 향했고 두 눈을 잃고 괴로워하는 도미를 만나 고구려로 도망쳤다.
금슬지락의 설화가 주는 감동
감동적인 드라마를 연상시키는 이 설화는 부부간의 깊은 정과 신뢰를 그린 대표적인 금슬지락의 설화이다.
도미 부부는 개로왕의 못된 심술에 서로 오해를 불러일으키지만 절대 당사자의 입에서 나온 말이 아니면 믿지를 않았다. 흔히 우리가 다른 이의 말만 듣고 상대를 의심하고 오해하는 현 세태와 비교하면 천년 전 부부의 정이 훨씬 더 굳고 강건했다. 부부의 믿음이란 이런 것이다.
천년 전 부부의 사랑이 가슴 시리도록 아름답다.
거문고와 비파의 조화로운 소리라는 뜻으로, 부부 사이의 다정하고 화목한 즐거움을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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