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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의미있는 일상

치매 - 환자와 간병하는 가족이 모두 위험하다

 

시어머님의 오랜 지인이셨던 분이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몇 번 집에도 놀러오셨던 분이라 얼굴을 아는 분인데 10여년전 남편 되시는 분이 치매초기 판정을 받으신 이후엔 얼굴을 뵌 적이 없다.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데 돌아가신 분보다 남으신 할아버지가 더 걱정스럽다는 어머님 말씀이 무슨 뜻인지 아는지라 같이 한숨이 나왔다.

 

 

치매 모두의 일이다 

유명 연예인의 가족이 안타까운 선택을 했다는데 그 원인의 중심에 치매 환자가 있다는 보도가 줄을 잇는다. 60을 바라보는 노인이 80대 노인을 돌보는 것은 경제력은 물론이고 정신력과 체력적인 면에서 몇 배가 더 힘들다. 알려지지 않은 가정사는 차치하고라도 나이 많은 자녀가 효심만으로 노부모를 모시는 것은 위험하다. 육체적인 고충과 함께 훈련되지 않은 경직된 감정으로 환자를 돌보는 것은 자칫 자신도 환자가 될 수 있고 예견된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20년 동안 치매 시부모를 모셨던 지인은 병원에 가기 싫어하는 환자 말만 듣다 시기를 놓쳐 환자도 힘들어지고 가족들도 힘들었다고 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며느리인 지인만 더 힘들어진 것이다. 초기에 알았다면 약물치료와 함께 환자는 물론 가족들도 마음의 준비와 간병하는 요령등을 숙지했을 텐데 이미 시간은 너무 흘렀고 쌓인 오해로 마음도 많이 상한 상태에서 치매 간병이 시작되었다.

처음엔 치매 환자로 진단을 받았으나 이후 중풍까지 겹쳐 몸져 누우신 분을 간병해야 했따. 당시엔 직접 간병해야하는 가족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없어 어찌해야하는지 전혀 몰라서 좌충우돌 부딪치기만 했고 누워계시는 환자를 50대 중반의 여자가 요령없이 힘으로 간병을 하려니  환자는 환자대로 힘들고 간병하는 가족은 가족대로 힘들어 지쳐만 갔다고 한다.

당시엔 도움이나 조언을 들을만한 곳들이 없어서 그저 정성스런 마음과 참아야 한다는 생각밖엔 못했다 한다. 3년전 부모님이 돌아가셨지만 심신이 지친 지인은 우울증과 무기력증을 호소한다. 상담치료가 필요할 것 같은데 다른 가족들도 지쳐서 서로를 돌아봐줄 여유가 없는 것 같다.

 

 

이제는 사회의 몫이다

얼마전 방송에 치매 친정어머니를 모시는 딸의 이야기가 나왔었다. 딸은 어머니를 위해서 치매공부를 하고 가족들은 서로를 위로해 준다. 치매환자를 돌보는 가정의 정답처럼 보이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걸 보고 가슴을 치는 가정도 많을 것이다. 치매환자 간병에 지치거나 어쩔수 없는 상황때문에 요양원에 보내야만 했던 가족들은 죄책감이 더 클테니 말이다. 

 

 

'나는 왜 저렇게 못 할까?  나는 최선을 다한건가? 나는 나쁜 사람인가?' 간병하는 가족들도 사람인지라 심신이 지친다. 특히 치매환자의 급변하는 감정이 병적인거라 무시하자 생각해도 의료교육을 받지 않은 일반인인 가족이 치매 환자의 감정들을 다 받아주는 건 힘들다.

유명인의 가족마저도 비껴갈 수 없는 치매 환자 문제가 노인문제와 더불어 제기되고 있다. 수명이 길어지니 치매환자가 늘어날 것이고 아직은 치매환자의 경제적인 비용과 간병이 대부분 가족들의 몫이라 환자와 그 가족들은 이중고에 시달린다고 한다.  

세상이 좋아져 100세를 살 수 있는 세상이라지만 이렇게 사는 거라면 오래 사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니지 싶다. 그야말로 죽지 못해 사는 상황이 닥칠테니 말이다. 치매환자도 간병하는 가족들도 보호해 줄 수 있는 사회적인 프로그램이 더 많이 그리고 시급히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