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eview@all/영화 이야기

[영화 리뷰] 붉은 가족 - 정우의 북한 사투리와 김유미의 열연이 돋보이는 영화

종편 방송에 출연한 탈북자의 말에 의하면 사상의심으로 격리된 가족들은 당에서 더욱 서로를 의심하게 만들고 신고하게 만든다고 한다. 실제 자신이 엄마와 형의 의심스런 행동을 신고했고 잡혀간 후 처형을 당했다는 경험을 말하면서 어린 나이에 받은 세뇌 교육이 가족관계마저 무너뜨렸다고 했다.

 

 

 

북한 사람들 모두 다 그럴까?

 

 

간첩 가족과 진짜 가족

이웃집에 가족을 위장한 북한 간첩들이 살고 있다. 그리고 그 옆집에는 너 때문에 못 산다고 아웅다웅하는 다혈질의 남한 가족들이 살고 있다. 위장 간첩단은 시아버지인 손병호와 아들내외인 정우와 김유미, 그리고 손녀딸인 박소영이다.

 

 

 

남파 간첩으로 사는 이들의 뒤에는 인질처럼 발목을 잡는 그들의 가족들이 북한에 남겨져 그리움의 대상으로 이들을 괴롭게 한다.

위장 간첩들에게 주어진 마지막 임무를 위해 두 집 가족들은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그 곳에서 위장 가족들은 그동안 담아 두었던 가족에 대한 그리운 속내를 드러낸다. 가장 극적이고 뭉클한 장면이 연출되는데 정우와 김유미의 연기가 돋보이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이들 위장 가족은 마지막에 가서야 가족으로 엮어져(연출된 장면이 인상적이다) 슬프고도 행복한 가족관계를 짧게나마 즐겼다.

 

 

가족의 의미

가족의 다른 말로 '식구'라는 말이 있다. 밥을 같이 먹는다는 의미인데 이는 우리나라 정서상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흩어진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장소와 함께 결속의 의미, 그리고 가족 개개인에게는 소속감을 주기 때문에  밥상에 둘러 앉는 의미는 남다르다.

그래서 새로운 가족 구성원을 초대할 때는 가족 식사 자리가 중요한지도 모르겠다.

 

 

 

임무와 목적의 수단으로 만들어진 위장 가족이지만 그들은 꽤 오랜 시간 같은 공간에서 가족의 모습으로 살았다. 처음엔 아니였겠지만 같이 밥을 먹으며 가족의 정서가 형성되는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자신도 모르게 스멀스멀 올라오는 낯선 감정들을 감추고 싶었지만 극한의 상황에 처하자 자신도 모르게 정치적인 이념보다 가족애를 선택하는 자신을 보게 된다. 

뱃 속 아이의 아버지가 위장 간첩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간첩이 아닌 남편이자 아버지로서의 모습만 보겠다며 두 눈을 질끈 감아버린 아낙네의 결단이 감동으로 전해지는 것도 가족애가 주는 감정때문이다.

 

 

정우의 사투리

응답하라 1994에서 찰진 경상도 사투리로 많은 여심을 흔들었던 정우는 이 영화에서 입에 딱 붙는 북한 사투리를 구사한다. 귀에 쟁쟁한 경상도 사투리가 아직은 더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북한 사투리도 귀에 착 감기는 이유는 역시나 응답하라 1994의 영향이라고 자수(?)한다.

 

 

정우의 연인 김유미는 위장 가족의 대표로서 많은 분량의 감정 연기를 하는데 특히 극으로 치닫는 감정연기는 관객의 몰입도를 상승시키기에 충분하다.

 

김기덕 감독 작품에 대한 믿음이 있는 관객의 입장에서 서슴없이 골랐던 영화였다.  이전의 작품들이 메세지와 함께 강한 장면 연출로 여러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던것이 사실이지만 이 영화는 코믹한 내용과 함께 비교적 이해가 쉬운 장면 연출로 메세지 전달이 용이한 영화이다.

하지만 김기덕 감독의 아웃사이더적 기질이 아직은 상업성과 손을 잡지 못해 그의 좋은 영화들이 대중의 눈에는 잘 띄지 않아 아쉬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