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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sitorium/과학

건강한 피부를 위한 때

 

때와 전쟁

1970년대, 일주일 내내 흙에서 놀고 뛰어 노느라 손이며 발이며 때가 꼬질꼬질 낀 채로 엄마 손에 이끌려 목욕탕에 가면 이미 엄마에게 한 손을 붙들려 '때밀기' 고문에 비명소리와 울음소리로 목욕탕은 아수라장이었다.

어떤 애는 불에 데인것 마냥 볼이며 팔뚝이며 등짝이 벌겋게 되어 뜨거운 물이 닿을때마다 팔딱팔딱 뛴다. 엉덩이를 뒤로 빼면서 도망가려는 아이와 온 몸의 때를 다 벗겨내야만 한다는 엄마의 전쟁으로 목욕탕은 열기만큼이나 뜨거웠다.

사람의 피부인 상피세포는 눈에 보이지 않게 계속 재생되는데 새 상피세포가 나오면 죽은 상피세포는 각질이 되어 떨어져 나간다. 피부 상피세포층 아래에는 피지샘과 땀샘이 있고 여기에서 나오는  피지와 땀등이 죽은 상피세포와 섞여 거무튀튀한 때가 된다.

먼지와 피지 수분등이 반죽되듯 만들어지는 때는 자연적으로 떨어지기도하지만 주름진 곳이나 틈새 공간에서는 축적되면서 말라져 딱딱하게 굳는다. 피부에 밀착된 때를 모두 벗겨내려하니 아이는 아파서 괴롭고 엄마는 팔이 아퍼 힘들다.

 

 

때에 대하여

하지만 미국 국립 알레르기 및 전염병 연구소에 따르면 적당한 때는 피부를 보호해 준다고 한다. 실험 결과 피부에 세균이 없는 쥐보다 피부에 세균이 있던 쥐가 피부병을 일으키는 기생충에 대한 면역반응이 훨씬 좋게 나왔다고 한다.

이는 피부 미생물이 면역세포의 신호전달과정을 미세하게 조절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죽은 각질 세포에는 각종 세균이 들어 있으니 깨끗하게 씻어내는게 맞지만 지나친 피부 박피는 오히려 피부를 보호해주는 항생물질을 제거해 면역력을 떨어뜨릴수도 있으니 모두 제거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피부와 달리 손톱이나 발톱의 때는 먼지와 각질의 만남이라기보다는 외부의 불순한 이물질이 들어가 끼이게 되는 경우이다. 날카로운 도구로 후벼파기도 하는데 물 속에 오래 있으면 때는 녹아서 저절로 나온다. 하지만 엄마도 간과하는 '때'가 있으니 바로 배꼽에 낀 때이다. 옛날 어른들은 배꼽을 잘못건드리면 염증을 일으킬 수 있으니 배꼽을 만지지도 말라고 하셨는데 그 말 믿고 나중에 배꼽에 낀 때를 보면 색깔이나 모양, 냄새때문에 기암을 할지도 모른다.

위생에 개념이 철저해지고 샤워시설도 좋아지다보니 이제 목욕은 세수하는 것만큼이나 용이해 졌다. 하지만 아토피환자가 급증하고 면역력이 떨어지는 환자들이 더 많아지는 것은 요만큼의 더러움도 참지 못하는 '청결함'때문일 수도 있다.

'때'는 저절로 떨어져 나간다. 하지만 개운함을 위해 때를  밀어야 한다면 살살 조심스럽게 해야 건강한 피부를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