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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느낌있는 여행

경복궁 아미산 후원과 창덕궁 낙선재 후원

 

임금을 뵙기 위해서는 세 개의 커다란 문을 지나고 다리(금천교)도 건너야 한다.

요새처럼 겹겹이 둘러쳐진 담장은 아홉겹이나 되어 길치인 사람은 평생 나가는 길을 찾지 못할 수도 있는 곳이 궁궐이다. 궁궐과 인연을 맺은 옛 여인네들에게 궁궐은 한 번 들어가면 죽어서나 나올 수 있는 곳이었다.

 

 

 

삼간택의 엄중한 과정을 거쳐 왕비의 자리에 오르면 명목상으로는 왕의 부인이라는 화려한 자리에 오르는 거지만 어찌보면 여자로서 또는 인간으로서의 기본권을 가장 많이 침해당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잠자고 일어나고 말하고 행동하고 모든 일상사가 남의 손을 빌려야하고 감시 아닌 감시로 주목을 받고 있는데다 활동반경은 자신의 처소를 벗어나는 경우가 거의 없었으니 말이다.

 

 

 

그런 왕비를 위로하는 뜻일까?  

왕비의 처소 뒷 편엔 자그마한 후원이 있는데 경복궁 교태전 뒤에는 굴똑이 아름다운 아미산 후원이 있다.

중국 아미산의 이름을 붙인 이 후원은 계단식으로 조성되어 칸칸이 나무와 꽃이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연못도 있고 왕자의 생산을 바라는 '기자석'도 있으며 달의 정기를 받는 정자도 있다.

 

 

 

각형의 굴뚝엔 부귀와 장수, 그리고 다산을 상징하는 각종 그림들이 아름답게 새겨져 있는데 그 모양이나 색감이 정원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날이 좋은 오늘 같은 봄날, 옛날 어느 왕비는 이 후원을 거닐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창덕궁 안에 있는 낙선재의 후원이 4월 1일부터 일부만 일반인에게 공개 되었다.

낙선재는 헌종의 후궁인 경빈 김씨를 위해 만든 곳인데 대한제국 말년엔 이방자 여사가 여생을 마칠때까지 살았던 곳이기도 하다. 단청을 칠하지 않은 백골집인 낙선재는 그 담백함이 매력적인 한옥이다.

 

 

 

낙선재의 후원은 경북궁 아미산 후원보다는 작지만 많은 부분이 비슷하다.

계단식의 정원에는 꽃나무와 키 작은 나무들이 옹기종기 심어져 있고 아들을 소원하는 기자석이 있으며 작은 인공연못도 있다.

 

 

 

아미산 굴뚝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낙선재의 중후한 색감과 잘 어울리는 무채색의 굴뚝이 자연스럽게 녹아든 모습으로 낮게 서 있다.

 

 

 

처음 공개되는 매력때문인지 고즈넉한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낙선재 후원이 경복궁 아미산 후원보다 더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