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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의미있는 일상

대나무 이야기 - 죽현릉, 선죽교, 죽녹원 그리고 죽부인, 죽마고우, 우후죽순

 

벚꽃이 며칠 활짝 피더니 개나리 진달래를 볼새도 없이 봄이 지나가 버렸다. 아니 달력상에는 아직 봄이건만 날씨는 8월 한여름날 만큼이나 무덥다. 

사람들이 봄을 기다리고 즐기는 이유는 새싹이 돋고 자라는 모습에 감동하기 때문이다.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는 어린 싹들은 희망의 상징으로 혹은 재기의 상징으로 사람들 가슴에 새겨진다.

 

 

대나무와 관련된 지명들 - 죽현릉, 선죽교, 죽녹원

새싹이 자라는 모습중 가장 눈에 띄는 성장을 하는 것은 대나무이다. 

 

 

 

대나무는 5-6월경에 싹을 튀우면서 자라는데 이미 평생 자랄 마디를 가지고 있다가 마디가 늘어나면서 키가 커지게 된다. 어린 죽순의 기간이 지나고 20여m를 자라게 될때까지 걸리는 기간이 보통 3-40일 정도밖에 안될 정도로 성장속도가 가히 광속이라 할 수 있다.

보통 속이 원형으로 비어 있고 일정 간격의 마디가 형성되며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게 대나무이다.

 

꺽임 없이 곧게 자라는 대나무의 모습은 꼿꼿한 선비의 성품에 비유되기도 하고 나라에 대한 충절에 비유되기도 한다. 삼국유사에 보면 옛날 금성에 이서국이 침입하였을 때 신라군이 위기에 처했는데 귀에 댓잎을 꽂은 군사들이 홀연히 나타나 도와주어 물리칠 수 있었다고 한다.

후에 미추왕릉 앞에 떨어진 댓잎들을 보고 미추왕이 보낸 군사라 여기고 왕릉을 죽현릉이라 하였다고 한다. 

 

 

 

고려 말 이성계의 아들 이방원은 새로운 왕조을 세우는데 걸림돌이 되는 정몽주를 개성에 있던 선죽교에서 피살한다. 선죽교는 원래 선지교라는 이름이었는데 고려를 향한 곧은 정몽주의 충정을 담아 선죽교라 하였고, 1905년 을사늑약으로 주권을 빼앗기게 되자 자결을 선택한 민영환이 죽은 자리에는 혈죽이 자랐다고 한다.

 

 

대나무 이야기 - 죽부인, 죽마고우, 우후죽순

대나무숲에 바람이 불어 댓잎들이 부딪칠때 나는 까실스러운 소리는 바람과 함께 더위를 잊게 한다. 솜씨좋은 이가 짠 대자리를 깔거나 죽부인을 안으면 이를 악물게되는 얼음장같은 차가움이 아닌 저절로 눈을 감게 되는 시원함이 피부를 통해 전달되어 기분을 좋게 한다.

대나무로 만든 말을 타고 놀았다해서 죽마고우라 했던가. 그러고보면 대나무가 꼭 선비의 상징은 아닌가보다. 대나무 가지에 달린 댓잎에 불을 붙이면 툭탁탁 하고 요란한 소리가 나는데 이는 중국의 대불놓기의 변형으로 요란한 소리로 나쁜 기운을 쫓아내고자 했던 놀이이다.

 

대나무는 일생에 한 번 꽃을 피우는데 주변의 대나무들과 함께 화려한 꽃향연을 펼치고 나서 고사하게 된다. 그런데 꽃을 피우는 시기가 몇 십년만에 생기는 일이라 사람들은 평생 한 번정도 보거나 한 번도 못 볼수도 있다.

안타깝게도 나는 아직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지난 4월에 진주 논개사당에 있던 대나무가 꽃을 피웠다고 한다. 사진으로 보니 울긋불긋한 꽃이 아니라 얼핏 보면 보릿대를 닮았다.

 

 

 

죽녹원에 가면 엄청난 규모의 대나무숲을 볼 수 있는데 이맘 때가 우후죽순이라고 살짝 높은 날씨에 죽순들이 무러무럭 자랄 시기이다. 몇 년전 갔을때도 우람한(?) 죽순에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런데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몰래몰래 캐 가는 바람에 관리자들이 애를 먹고 있다고 한다. 예전엔 땅에 자라는 것들에 대해 공유의 개념을 가진 우리나라 사람들만의 정서라 적당히 넘어갔지만 이젠 공공의 소유 개념이 자리잡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