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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의미있는 일상

아버지의 유언장 - 불효자를 기다린 아버지

 

언제부터인가 결혼식이나 돌집에 가는 경우는 거의 없고 장례식장을 찾는 경우가 잦아 진다.

결혼식이나 돌잔치는 하루면 끝나지만 장례식은 3일동안 치뤄지니 고인을 보내드려야하는 가족들은 슬픔과 함께 손님들을 대접하느라 심신이 지쳐간다.

그러다 막바지엔 돈문제로 큰소리가 오가는 몹쓸 장면을 연출하기도 한다.

 

<사진출처 : 늘푸른교회 홈페이지>

 

 

아버지의 유언장

부모님 재산 상속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지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돌아가신 아버지의 속뜻은 무엇이었을까 궁금해 진다.

큰 아들을 못보고 팔순을 바라보는 아버지가 끝내 돌아가셨다. 맏이에 대한 기대감은 기다림이 되었으나 연락 두절한 큰 아들은 전화 한 통이 없었고 찾아오지도 않았다.

몸이 예전같지 않다는 것을 느끼면서 기다림은 분노로 변해갔고 결국 아버지는 큰아들은 자식으로 생각지 않으며 유산을 물려주지 않는다는 유언장을 작성하고 돌아가셨고 장례식 후 큰 아들이 찾아 왔다.

큰 아들은 이미 자기 몫을 가져갔고 불효자이니 한 푼도 주지 않는다 써 있는 유언장을 보고 큰 아들은 자신은 불효자가 아니라고 했다. 결국 자신의 몫을 찾겠다는 말과 다름이 없다.

아버지가 유산을 줄 수 없다 유언장을 쓰셨다 하더라도 판례에 따르면 큰 아들은 유산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아버지 가슴에 한을 남긴 큰 아들에게 재산을 나누어 줄 수 없다는 나머지 형제들은 길고 험난한 재판을 각오하고 있다.

 

 

불효자를 기다린 아버지

아버지는 유언장에 쓰신 것처럼 정말 큰 아들이 미워서 재산을 한 푼도 주기 싫으셨던 것일까?   

워낙 영민하신 분이라 당신이 돌아가신 후에 이런 일이 자식들에게 일어날 줄 아셨을 터인데 효력도 없는 유언장만 남기고 가신것이 도리어 이상하다. 혹여 아버지는 큰 아들 몫을 나누어 주시려 유언장을 쓰신 게 아닐까 추측해 보았다.

만약 돌아가시기 전에 현금화해서 나누어 주었다면 큰 아들 몫은 없어지지만 정리를 하지 않고 유언장만 쓰신 것은 나중에라도 강제적으로 큰 아들에게 돌아갈 몫이 남겨지니 말이다. 아버지의 재산을 처분하기 위해서는 포기든 합의든 큰 아들의 동의서가 있어야하는데 지금 큰 아들은 그럴 마음이 없어 보인다.  

 

 

 

만약 정말 아버지의 뜻이 그러하다면 생전에 곁을 지킨 자식들 입장에선 서운할 것이다.

하지만 죽음을 눈 앞에 둔 늙은 아버지가 몇 년째 소식도 모르는 아들을 두고 애증의 마음을 겪었을 것을 생각하니 한편 그러한 선택을 하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부모 자식간의 인연이 탄탄하지 못하여 갈등을 빚고 끝내 임종시 얼굴도 못 보고 끊어진 천륜이지만 미워하면서도 기다리는 아버지의 마음을 그려본다.

큰 아들이 아버지의 마음을 읽어야 할텐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