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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의미있는 일상

어김없이 찾아 온 새벽 혈투 - 모기 퇴치법

 

어김없이 찾아 온 새벽혈투

새벽 3시, 어제 소식이 없었으니 오늘은 그 놈이 필히 올 것이다. 도대체 이 악연을 어찌 끊어야할지 .....

그래도  좀 배웠다는 내가 조금 참아보자 했지만 막상 그 놈을 마주하면 내 속에 이런 살의가 있었나 싶게 본능적인 살생으로 피를 보고야 만다.

드디어 예상대로 그 놈이 점점 다가오는 게 느껴진다. 소리가 커지면서 나의 긴장감도 커진다. 건들지만 않으면 나도 너를 건들지 않을텐데 그 놈은 머리가 나쁜건지 아니면 당당한 자신감인지 보란듯이 얼굴 부위로 진격해 와 귓전에 자신이 도착했음을 약올리듯 알린다.

"앵~~~~~~~~"

소리를 가늠하며 잽싸게 손바닥을 마주쳤다. 

'날쌘 놈이군.'

하는 수없이 일어나 불을 켜 보니 3시 몇 분쯤, 일단 근거리의 반경을 살펴보니 놈의 흔적이 없다. 놀라서 멀리 달아난 것 같다. 하지만 방 안 어딘가에 있을 것이 뻔하다.

 

 

 

승률 99%의 모기 퇴치법

책 상 위에 둔 부채 두 개와 휴지 한 칸을 잘라 손에 들고 창문 커튼을 샅샅히 살피니 그 곳엔 없다.

옷장 옆 옷걸이들 사이를 둘러 보다가 부채 바람을 넣으니 숨어 있던 그 놈이 천정으로 날아 오른다. 예상했던 은닉 장소였는데 눈 앞에서 놓치고 말았다.

앞으로 나왔다면 잡았을텐데 수직으로 날아오르는 바람에 손도 써 보지 못하고 시야에서 사라졌다. 아마 한동안 그 놈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 내가 불을 끄고 잠자리에 누우면 그 때 재공격을 할 것이다. 항상 그랬으니까.

일단 자리로 가서 양반다리를 하고 앉았다.  놈을 유인해야 이 전쟁을 빨리 끝낼 수 있다. 내 운이 좋은건지 그 놈의 명이 짧은건지 얼마 기다리지 않아 그 놈이 다시 내 주위를 살피며 날아 다닌다.

'니가 명을 재촉하는구나. 너희들과의 대결에서 나는 99%의 승률을 가지고 있고 그대로라면 오늘이 너의 제삿날이 되는 거야'

그동안의 경험에 비춰 볼 때 그 놈이 팔 길이 만큼의 반경 안에 들어 왔을 때가 최적의 기회이다. 한 번에 끝을 내야 두루두루 편하다. 두 번째에 그 놈을 잡으면 첫 번 실수에 대한 악이 받쳐 그 놈을 더 처참히 응징하게 되어 내 맘이 좋지 않다.

드디어 반경 안에 들어 온 것을 확인하는 순간 부채 두 개를 번개같이 휘둘렀다. 아직 확인하지 않았지만 결과가 어떨지는 감이 온다. 부채에 달라붙어 피를 뿌리고 죽었다. 다행히 오늘 나는 피를 뽑히지 않았고 그 놈이 죽었다.

 

 

하지만 그 놈의 죽음을 위로(?)하려는 그 놈의 종족들은 복수를 위해 언제 나를 찾아올지 모른다.

처음엔 나도 얼마 안되는 피를 나누며 공존하려 했다. 하지만 참을 수 없는 가려움은 밤잠을 설치게 하고 나는 폭발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악연의 순환이 지속되어 오고 있다.

아....이젠 평화협정을 맺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