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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의미있는 일상

알바 체험기 - 알바 자리도 학연 지연에 밀리는 드러븐 세상

 

지인 아들의 알바 체험기

지인의 아들이 대학생이 되고 첫 여름방학을 맞았다.

집과 학교 거리가 멀어 자취를 하게 되었으니 등록금 외에 생활비와 용돈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하였는데 본의 아니게 돈을 쓰게 된것이 부모는 부모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첫 여름방학을 맞아 알바를 해서 용돈을 벌겠노라 큰 소리를 치고 알바시장(?)에 뛰어 들었으나 이도 만만치가 않았던 모양이다.

7월 둘째 주에 고교 동창의 소개로 호텔 서빙 알바를 하게 되어 기쁜 마음으로 준비물을 챙겨 출근을 했는데 딱 하루 근무하고 나니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매니저가 호텔 학과 지망생들이 시간당 300원인지 500원에 실습겸 오게 되서 상대적으로 시급이 비싼 일반 대학생 인력을 대체하게 되었다는 말을 냉정하게 하는데 아무 소리 못하고 '네'라는  대답만 했다고 한다.

검은 정장 바지 구두 흰 와이셔츠 사느라 쓴 돈도 있는데 말이다. 한 달 하면 목돈이 생길거라는 부푼 꿈은 날아가 버리고 '너는 어째 그런 자리를 구했냐?'는 타박만이 남았다고 한다.

 

 

 

 

7월이 다 갈 무렵까지 이렇다할 알바를 구하지 못하자 아버지의 잔소리가 줄어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돈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무수히 많은 알바 자리 하나 구하지 못하냐며 적극적이지 않은 아들의 행동이 못마땅해 볼 때마다 싫은 소리를 하니 지인이 보다 못해 아들의 알바 자리를 수소문 했다.

다행인지 안면이 있던 집 근처 마트의 책임자가 단순 정리할 알바생이 필요하다며 사장님께 말씀드려 출근여부를 곧 알려 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마트 책임자가 전해 준 말은 사장 아들의 친구가 오기로 했다며 죄송하다고 했다.

 

 

알바도 학연 지연이

지인은  '첫 알바는 시급 300원에 밀리고 두번째 알바는 사장 아들 친구에게 치이고 ...세상 참, 알바도 학연, 지연에 밀리는 드러븐 세상이네.'라며 한숨 섞인 하소연을 했다.

지인의 아들은 방학 기간 동안만 하려는 단기간 알바이다.

그런데 요즘은 보통 알바라해도 단기간 알바생은 잘 구하지 않는다고 한다. 한동안 알바 구인 구직 사이트를 살펴 보더니 이내 포기하고 잔소리와 타박을 음악 삼아 이번 여름 방학은 '먹고 노는 대학생'으로 지내고 있다고 한다.

 

 

 

지인의 경우 가볍게 알아 본 알바라 문제가 없었지만 만약 생계를 위한 취업이었다면 밀려 오는 상실감이 클 것 같다. 정에 약하고 서로 약간의 동질성만 있어도 끌어 주고 밀어 주는 정서가 강하다보니 각종 연줄에 서로 얽혀 '우리'를 만들어 그들만의 영역을 넓혀 간다.

혈연, 지연, 학연을 형성하는 이유는 자신의 실력 과시일수도 있고 내 자리를 지키기 위한 울타리 역할을 해 주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능력만으로 인정받고 인정해 주는 사회는 아직 멀리 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