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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지혜로운 이야기

수어지교와 어수문 - 유비와 제갈량의 관계 그리고 정조의 주합루

 

고사성어 '수어지교'의 유래

제갈량을 얻기 위해 삼고초려를 했던 유비가 제갈량을 극진한 예우로 대접하는 건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관우와 장비의 입장에서는 서운할 수도 있는 일이다.

이와 관련한 일화가 『삼국지』 촉지 제갈량전에 전하고 있다.

 

 

유비가 제갈량을 데려온 후 둘의 친밀도는 높아져 갔다. 이에 관우와 장비는 제갈량에게만 정성을 쏟는 유비에게 서운한 감정이 들어 불평이 늘어 갔다.

관우와 장비의 불만을 눈치 챈 유비는 이들을 불러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가 공명을 가진 것은  물고기가 물을 가진 것과 같으니 제군들은 아무 말도 하지 말아 주게." 이에 관우와 장비는 다시는 불평을 하지 않았다. (네이버백과)

 

유비와 제갈량의 관계

제갈량을 찾아 갈 당시 유비는 관우와 장비, 그리고 세상에 대한 야심을 가졌지만 그 외에는 이렇다할 세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였다.

이런 그에게 삼고초려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천하의 제갈량이 유비를 선택했다고 볼 수는 없다.

 

 

 

유비보다 세상 돌아가는 상황을 훨씬 더 정확히 보고 있었을 제갈량은 유비나 조조 등 다른 이의 방문을 예측했을 터이고 유비가 세 번 방문하는 동안 나름 당시 정세를 파악을 하였을 것이다. 

그리하여 선택한 것이 유비였다.

유비는 천하의 제갈량을  얻고 그와의 관계를 물 만난 물고기에 비유했는데 이는 제갈량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보여진다. 제갈량이 유비가 아닌 다른 이의 손을 잡았다면 유비만큼 그의 능력을 믿고 따라 주었을지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이미 그들은 제갈량 말고도 책사들이 있었으니 말이다.

 

정조의 왕궁도서관, 주합루의 어수문

유비가 제갈량과의 관계를 물과 물고기에 비유한 것은 그와의 친밀도를 나타낸 것이다.

이처럼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친밀한 관계를 '수어지교'라 하는데 이 말은 정조가 자신과 신하와의 관계를 표현하는 데에도 쓰였다.

 

 

창덕궁 후원에 있는 주합루는 정조가 즉위 하면서 완공된 왕궁 도서관이다. 1층은 규장각으로 수 만권의 책들이 있던 곳이고 2층은 열람실로 정조와 신하들이 즐겨 찾았던 곳이다.

주합루의 정문 이름이 '어수문'인데 이는 수어지교처럼 임금과 신하가 가까이 만나는 것을 나타낸 것이라 한다. 

하지만 추측컨대 모름지기 선비가 책을 가까이함에 있어 물과 물고기 같아야 함을 강조한 정조의 생각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