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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all/영화 이야기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의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마지막까지 아름다운 기억만 주고 간 아버지의 동화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의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재밌는 영화는 많지만 그중에 꼭 봐야할 영화를 만나는건 좀처럼 쉽지 않다. 얼마전에 보았던 '천국의 아이들'을 보면서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목록이 하나 더 추가되었다.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의 '인생은 아름다워', 어린 아들을 향한 뜨거운 부정이 익살스럽게 만들어져 더 슬픈 영화였다.

 

 

 

유태인 귀도는 작은 서점을 운영하고 싶어하는 수다쟁이이다. 그의 장점이자 단점은 말이 많다는건데 한 번 터졌다하면 사람의 혼을 쏙 빼 놓는 달변은 그를 천재로 만들기도 하고 사기꾼으로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천재적인 애드리브는 인정해야 한다. 얼토당토 앞뒤가 맞지 않는듯 하지만 분명 그의 말은 사람을 잡아 끄는 매력이 있다. 

귀도는 말재주 덕분에 운명적인 여인 도라를 만나고 그녀의 마음을 단번에 훔쳐버렸다.

 

 

 

 

귀도와 도라는 결혼을 하고 조수아라는 예쁜(?) 아들을 낳으면서 더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독일군은 도라가 잠시 집을 비운 사이 유태인이라는 이유로 귀도와 조수아를 잡아갔다.

도라는 유태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남편과 아들을 따라 수용소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이전까지는 코믹로맨스같던 영화의 내용이 갑자기 달라졌고 가볍고 익살스럽던 귀도의 표정은 조수아의 눈을 피해 어두어지고 긴장감이 역력히 느껴졌다.

 

 

 

 

귀도는 어린 아들을 위해 아름다운 동화 이야기가 만들어 지기 시작했다.  귀도가 조수아에게 말하는 지금의 상황은

'지금 우리는 선발된 우수 선수로 게임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야. 1000점을 먼저 따게 되면 우승하게 되고 상품으로는 진짜 탱크를 주는데 그걸 타고 모두 같이 집으로 돌아갈거야.'

 

 

마지막까지 아름다운 기억만 주고 간 아버지의 동화

노인들부터 시작해 아이들까지 하나둘 독가스실에서 집단살해되는 가운데에서도 귀도는 아들 조수아를 끝까지 지킨다.

그리고 혜성처럼 떠 오르는 아이디어로 아내 도라에게 아직 조수아가 살아 있음을 알려준다. 비록 이들이 몸은 떨어져 있지만 도라는 아들의 생존 소식에 감격하고 남편의 사랑에 감동하고 또 감동한다.

부디 이 가족들이 무사히 상봉해야 할 텐데 상황은 점점 어려워 지고 있다.

 

 

 

 

독일군들의 움직임이 수상하다. 수용소 정리를 위해 독일군들이 우왕좌왕하자 혼란한 틈을 타 조수아와 아내 도라를 찾아 탈출을 시도하려던 귀도는 아들의 안전하게 숨긴 채 그만 죽고 만다.

전쟁이 끝나고 연합군이 탱크를 밀고 들어오자 어린 조수아는 숨어 있던 박스에서 나와 열광한다. 아빠의 말대로 우리는 게임에서 우승을 했고 우승 상품인 탱크가 지금 조수아의 눈 앞에 있기 때문이다.

아빠의 말대로 탱크에 타고 가던 중에 잃어버렸던 엄마를 만나게 되니 조수아는 이보다 더 기쁠 수가 없다.

 

 

 

 

수용소로 가는 기차에서부터 어둡고 차가운 수용소의 생활동안 어린 조수아는 하나도 힘들지 않고 무섭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매일매일이 즐겁고 행복했다.

아빠와 나 그리고 지금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은 재밌는 게임을 즐기는 중이라는 아빠의 말을 믿었기 때문이다. 물론 진짜 탱크를 갖고 싶은 조수아의 욕심(?)도 한몫 했지만 말이다.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1939년으로 독일의 유태인 학살이 한창 기승을 부리던 때이다.

언제 독가스실에서 죽을지 모르는 수용소내에서 어린 아들을 위해 끊임없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아빠 귀도의 창조적 이야기는 어른들이 듣기엔 민망하기까지 하지만 아들을 살리기 위한 귀도의 마음을 알기에 그의 이야기는 허황할수록 슬픈 이야기처럼 들려 온다. 

마지막까지 아들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으려 독일군의 총부리 앞에서 코믹스러움을 잃지 않았던 아빠 귀도의 발걸음이 자꾸만 눈앞에 아른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