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을 보는 창/지혜로운 이야기

사소한 징후도 간파하는 지혜


지혜란 어두운 사람에게는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복잡한 수학공식과 같다.
그러나 지혜가 밝은 사람에게는 분명하고, 확정적이고, 아주 간단하여 손쉽게 풀어낼 수 있는 수학 문제로 보일 것이다.


이러한 사람은 보통 사람들이 통찰할 수 없는 것을 통찰할 수 있고, 보통 사람들이 결단 내리지 못하는 일을 과감하게 처리하며, 심지어는 그 공로로 이름을 날리기도 한다.
바로 '현명한 지혜를 가진 자(者)'라 말할 수 있다.

그래서 현명한 지혜를 가진 자는 일을 처리함에 절대로 자신을 사지에 빠지게는 하지 않는다.

남문자

춘추 시대 진나라 육경 중의 한 사람인 지백은 위나라로 쳐들어갈 작정을 하고는,
위나라에 준마 400마리와 벽옥 하나를 보냈다.

 


선물을 받은 위나라 임금이 기뻐하는 것은 물론이고, 신하들도 모두 좋아하며 그 경사를 축하했다.
그런데 위나라 임금의 가신인 남문자만은 근심 어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를 이상하게 생각한 위나라 임금은 남문자한테 물었다.
"대국들이 서로 사이좋게 지내는 것은 기쁜 일이 아닌가?
 그런데 자네는 무슨 근심을 그렇게 하고 있는가?"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공로없이 상을 받을 때나, 도와준 일이 없이 남의 것을 받아 쓸 때에는,
 상대방의 의도가 무엇인가를 잘 따져 보아야 하는 줄로 압니다.
 
 준마 400필에 큰 벽옥 하나, 이렇게 많은 것을 기증하는 일은 약소국이 강대국에게 바치는 일이지,
 진나라같이 강대한 국가가 우리 같은 약소국에게 하는 일이 아닙니다.
 
 이것은 보통 상식입니다.
 그런데 왜 강대국인 진나라가 그렇게 많은 준마와 그렇게 귀한 벽옥을 우리한테 보내겠습니까?
 대왕께서는 이일을 숙고하시기 바랍니다."

위나라 임금은 남문자의 말을 새겨듣고 변방을 전보다 더 철저히 지키라고 명했다.

과연 진나라 지백이 군사를 출동하여 위나라를 기습하려고 했으나, 
위나라가 이미 변방을 튼튼히 지키고 있음을 알고는 하는 수 없이 물러났다.

"위나라에 어느 현명한 사람이 내 모략을 이미 알고 있었구나."
지백은 이렇게 탄식했다. 

지백은 준마와 벽옥으로 위나라를 미혹시키려 했으나, 결국은 도리어 손해만 보게 되었다.

이것은 무엇 때문인가? 
바로 남문자의 사소한 징후도 간파하는 현명한 지혜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