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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all/영화 이야기

팀 로스의 영화 '피아니스트의 전설' - 배에서 내리지 못하는 천재 피아니스트

 

팀 로스의 영화 '피아니스트의 전설'

 

 

 

음악, 특히 피아노 음악에 문외한이더라도 끝까지 몰입하게 만드는 영화이다.

천재적인 피아노 연주가의  전설적인 이야기는 현실감이 떨어지지만 배우 팀 로스의 신들린듯한 눈빛 연기는 주인공 '1900'으로의 완벽한 변신에 성공했다. 

팀 로스가 아닌 '1900'을 상상하지 못하겠으니 말이다.

 

 

 

2500여명이 타는 거대한 배에서 버려진 아이로 나타난 '1900'의 원래 이름은 상당히 길다.

'데니 부드맨 T.D 레몬 1900', 1900년 새해에 아이를 주운 흑인 노동자 데니는 백인 아기를 신이 주신 선물처럼 여기며 사랑으로 키웠다.

배의 가장 밑바닥에서 석탄을 계속 퍼 넣어야 하는 화부의 열악한 환경이지만 1900은 무럭무럭 잘 자랐다.

 

 

 

사고로 아버지 데니를 떠나보냈지만 배에서 내리자 않았던 1900에게 피아노의 재능이 나타난 건 그 즈음이었다. 그렇게 20여년의 세월이 흐르고 트럼펫 연주자이자 친구 맥스를 만나게 되면서 1900은 피아니스트로서의 절정의 시대를 맞이한다.

하지만 그의 연주 공간은 항상 배 안이었다.

 

 

 

땅을 한번도 밟아 본 적 없는 천재 피아니스트의 실력은 어느 새 육지에까지 전해져 이 영화의 가장 하이라이트인 피아노 연주 배틀 장면을 만들어냈다.

 

 

배에서 내리지 못하는 천재 피아니스트

주거니 받거니 이어지는 세번째 연주, 작정한듯 1900은 상대에게 얼간이라 독설을 날리더니 연주를 시작했다.

마치 네개의 손으로 연주하듯 엄청난 속도를 연주를 이어가던 1900의 연주가 끝났지만 아무도 박수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충격에 휩싸여 있는데 1900은 보고도 믿지 못할 장면을 하나 더 보여 주었다.

이야기만 듣는다면 모두가 거짓말이라고 할만한 장면이다.

 

 

 

악기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1900의 음반에 몸이 얼어붙은 맥스는 외톨이 1900의 유일한 친구였다. 맥스는 이제 낡아져 폭파 해체하려는 배에 아직 1900이 남아있는 것을 확신하고 배 안을 샅샅이 뒤진다.

그리고 그와 마주 앉아 왜 그가 배를 내리지 못하는지 아니 배에 남아야 하는지 듣는다.

 

 

 

3시간여의 긴 러닝타임이지만 영화는 시선을 떼지 못하게할만큼 몰입감을 준다. 

배의 가장 밑바닥에서 바다를 바로 눈 앞에 두고 피아노를 연주하거나 바닷물에 클로즈업되는 주인공의 표정은 마치 신화 속 주인공처럼 신비감을 준다.

배에서 태어나 신들린듯한 피아노 연주로 바다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 전설의 피아노맨은 배와 함께 바다로 돌아갔다. 

 

 

 

그것이 해피엔딩인지 새드엔딩인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까지 본 음악영화중 손에 꼽을만한 명작임에는 틀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