봅 오덴커크의 영화 '네브래스카'

 

 

 

술 한 잔 마시고 어두컴컴한 방 안으로 들어서다 휘청거리며 쓰러지는 우디의 실루엣을 보며 브루스 던의 연기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치매끼가 있는 흐트러진 심신을 가진 노인 역할을 어찌나 실감나게 하던지 혹시 이것은 연기가 아니라 실제 그의 상태가 아닐까 싶을 정도여서 영화 내내 나는 브루스 던의 동작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흑발은 한 올도 보이지 않은 백발에 흐트러진 옷차림 흐릿한 눈동자, 다리를 벌리고 비스듬히 기대 앉은 자세는 불편해 보이는데 한동안 미동도 하지 않는다.

그러다 움직여 일어나는데 근력도 없고 균형감각도 없어 비틀거리는 모습이 아슬아슬해 보인다. 건강하지 않으신 80대 노인의 몸동작과 표정을 어찌 이리 디테일하게 표현할 수 있는지 너무나 대단하다.

영화의 후반부에 자주 나타나는 엄청난 표정 연기와 감정 연기는 소름이 돋을 정도이다.

 

 

 

자주 홀연히 집을 나가는 바람에 가족들을 심란하게 하는 우디는 치매가 있는 할아버지이다. 나이 든 어머니의 병수발이 여의치 않아 아들 로스는 일을 하다가 아버지를 찾아 나서는 일이 잦다. 

당첨금을 받으러 링컨에 가야한다는 아버지의 고집을 꺽을 수 없어 로스는 여행겸 링컨으로 향하는 여정에서 아버지가 그토록 당첨금을 손에 쥐려는 이유를 알게 된다.

 

 

아들! 백만불 당첨금 받으러 가자

맥주는 술이 아니라며 매일 술에 취해 있는것 같은 아버지는 고집불통이다.

가만히 계시는게 도와주는건데 젊었을적에는 한 성격하시며 가족들을 쥐락펴락 하시더니 이제는 먹고 살기 힘든 자식들의 상황은 안중에도 없는듯 실종 사건을 자주 일으키신다.

그에 따라 쏟아지는 어머니의 잔소리 또한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그러다가도 안쓰러워지는 부모님의 모습에 어쩔줄 모르는 로스의 모습은 동양적 감성에 딱 맞는 효자 아들 모습이다.

 

 

 

흑백 영상으로 보여지는 아버지와 아들의 여행은 어느덧 타임머신을 타고 아버지의 시간 속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색바랜 사진첩을 들여다보며 아버지의 인생을 들여다보는 아들은 객관적인 시각으로 아버지를 보며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머지 않은 미래의 죽음을 앞 둔 아버지의 안타까움과 조급함이 사실은 미안함과 사랑이었음을 말이다.

 

 

 

미국의 가족관계는 자기 감정에 솔직해서 묵은 오해나 감정적인 앙금들이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러한 것들은 감정에 솔직하지 못한 우리네 정서인줄만 알았는데 미국이나 우리나 사람 사는 곳은 비슷한 구석이 있기 마련인가 보다.

마치 명절 특집 가족 드라마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며 흐믓한 미소를 짓게 만드는 가족 영화였다.

   


Posted by Zoo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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