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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지혜로운 이야기

정체를 파악하는 지혜


솔로몬의 지혜에 대해 인구에 회자되는 얘기 중에 아이의 엄마를 판결하는 내용이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현명한 통찰력을 가진 정치인들은 '정체를 파악하는 지혜'를 발휘하곤 한다.

언변에 능한 사람은 검은 것을 희다하고, 권력을 쥔 사람은 사슴을 말이라고 억지를 부리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말 한마디로 그 실체를 만천하에 밝힐 수 있다.

이야기 하나.

한나라 때 영천에 한 부자가 있었는데, 형제 둘이 함께 살았다.
그러다가 두 동서가 동시에 임신을 하게 되었는데, 얼마 후 형수는 유산을 하고 제수는 아들을 낳았다.
그러던 어느 날 형수가 돌연히 시동생의 아이를 데려가서는 자신의 아이라고 우기며 아이를 돌려주지 않았다.

이 돌연한 사태가 기가 막힌 동생이 현아에 소송을 걸지만, 3년이 지나도록 판결은 나지 않았다.

이 일을 안 승상 황패는, 그 두 여자와 아이를 함께 시험하기로 했다.
소졸 하나를 시켜 아이를 안고 서 있게 하고, 두 여자는 각각 거기서 열 발자국 떨어진 양쪽에 서도록 했다.
그러고는 신호와 동시에 달려와 그 애를 먼저 앗아가는 여인이 그 애를 키우도록 한다고 했다.

이윽고 수하의 신호가 떨어지기가 무섭게 두 여인은 급히 달려와 서로 애를 빼앗으려 하는데, 형수는 아이가 놀라 울음을 터뜨리는 것과 상관없이 마구 잡아끌었지만, 제수는 아이가 상할까봐 차마 그러지를 못하고 애를 태웠다.

그 모습을 본 황패는,
"저 아이은 틀림없이 동생의 아이다.  그러니 그에게 주어 키우도록 해라."
하고 딱 잘라 말했다.

일이 그렇게 되어서야 형수는 자신이 지은 죄를 시인했다.


이야기 둘.

수춘현 사람 구태에게는 세 살배기 아이가 하나 있었는데, 어느 날 아이가 유괴되었다.
그는 아이를 찾아 여러 해를 헤매었으나 찾지 못하고 있었다.
더 오랜 시일이 지난 어느 날, 그는 우연한 기회에 자기가 사는 현의 사람인 조봉백의 집에서 아이를 발견하자 즉시 현아에 고발했다.

그러나 조봉백이 자기 아이라고 완강히 우기는 데다 그 이웃들까지 증언을 서게 되어 현아에서는 판결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이숭은 그곳에 부임하자 문제의 아이를 데려오게 해서 가두고, 두 사람과 한동안 소식을 끊도록 했다.
그렇게 상당한 시일이 지난 어느 날, 구태와 조봉백에게 아이가 병으로 갑자기 죽었노라고 알렸다.

구태가 그 말을 듣자, 가슴을 치고 머리를 쥐어뜯으며 통곡하다가 자기 아들을 살려 내라고 관가를 욕하며 펄쩍 뛰었다.
그러나 조봉백은 그와 달이 고작 길게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그것을 본 이숭은 아이가 구태의 아이임을 판정했다.
이숭은 조봉백을 불러 왜 남의 아이를 데려갔는가를 캐물었다.
조봉백은 당시 자기 아들이 죽었기에, 아들이 몹시 그리운 나머지 그런 짓을 했노라고 실토했다.

어쩌면 부모의 마음을 이용해 판결을 하였기에 달리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세상사에서도 이러한 결정을 해야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된다.

가장 기본적인 상식도 무시되는 어처구니 없는 판결과 결과가 부디 없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