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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의미있는 일상

본전 생각이 자꾸 난다


어릴적 문방구점에서 풍선뽑기라는 걸 했었다. 
아마 10원을 냈던것 같고 번호를 선택해 뜯으면 뒷면에 써 있는 선물을 가져가는 거였다.

잘 생각은 나지 않지만 풍선이 대부분이었고 드물게 10원이상 가는 장난감들이 붙어있었다.
당시 풍선은 10원 이하였으니 꽝이나 마찬가지였다.

소심한 나는 풍선이 나올까봐 두려워(?) 풍선뽑기를 하지 않았는데 어느 날 보니 기억은 나지 않지만 갖고 싶었던 물건이 있어 풍선뽑기를 했다.
결과는 가장 작은 풍선이 당첨됐다.
그 때의 그 허망함이란...

그 이후로 나는 뽑기나 그와 비슷한 확률에 의해 당첨이 되는 것들은 하지 않는다.
손해만 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복권종류들도 그렇고....



그런데 늦바람이 들었다.
지난 연말에 만두를 사들고 시댁엘 갔다.
점심으로 만두를 끓여먹고 tv를 보는데 남편이 고스톱을 치자고 한다.

아버님 어머님 남편 그리고 나 이렇게 판을 벌였다.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tv도 재미없었던지라 하기로 했다.
아버님과 나는 같은 초보수준이고 어머님과 남편은 꽤 경험자이다.

아니나 다를까 어머님과 남편이 주거니 받거니 1등(?)을 하고 나와 아버님은 돈 내주기에 바쁘다.
슬슬 속이 상하기 시작한다.
'뭐. 아직 2-3천원 나갔는걸 뭘'

스스로 위로하고 있는데 초대형 사건이 터졌다.
아버님과 내가 7천원정도 돈이 한꺼번에 나가게 된거다.
그 판에 남편은 빠졌다.
내가 빠지려고 했는데 순서에서 밀렸다.

남편이 너무너무 좋아한다.
어머님 점수를 정리해 주면서 신이 나서 어쩔줄 모른다.
자기는 잘 빠졌다고 하면서.
"아니 어떻게 그렇게 많이 나와?"
"직접 확인해 봐"
나와 아버님은 별로 가진게 없고 어머님 자리에만 화투가 가득하니 점수가 많이 난 것 같긴 하다.
 

                          ▲ 인터넷에서 가져온 사진임

만원짜리 한장을 꺼내며 "이제 그만 할래." 말했다.
어머님은 따신 돈을 주시며 애들 먹을거 사주라고 하셨지만 그럴순 없었다.
잃은건 잃은거니까. 

돈을 잃은 것도 속상하지만 옆에서 약올리듯 웃는 남편때문에 더 화가 났다.
잘 몰라서 잘 못치는건데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것 같다.
그렇다고 화를 낼 수도 없고...
'에이! 이래서 안할려고 했는데.'

느즈막히 시댁을 나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래도 만원으로 한참 웃고 떠들며 시간 가는줄 모르고 재미있게 놀았으니 됐지 뭐.  
게다가  남편이 아니고 어머님이 돈을 가져 가셔서 더 다행이었다.
 

집으로 돌아와 어머님한테 잃은 돈을 남편한테서 가져와야겠다는 생각에 고스톱을 치자고 했다.
첫 판부터 안된다. 두번째도...

남편은 이걸로 매일 점심값을 벌어야겠다며 슬슬 약올리기 시작한다.
내가 짜증을 내자 마음을 비우라는둥 그것도 못보냐는둥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한다.
결국 8천원을 잃었다.
"그만해"
"왜~ 더 하지"
"내가 다시는 이거 안한다"

하지만 잠을 자면서 조금 더해 볼까?
잃은 돈 반은 찾아와야 할꺼 아냐? 하는 마음이 자꾸 들었다. 

다음 날 퇴근해 들어온 남편이 하는 말,
"본전 찾고 싶으면 언제든지 말해. 상대해 줄테니까."
"싫어"

그런데 자꾸 본전 생각이 난다.
그래! 내일 한 번 더해서 본전만 찾고 그만하자.

근데.... 하루만에 내 실력이 일취월장 할란가.....모르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