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고 모텐슨의 영화 '그린 북'
자신의 집에서 흑인이 마셨던 컵을 쓰레기통에 던졌던 토니는 클럽 매니저로 해결사 역할을 하던 이태리 이민자 출신의 인물이다.
백인들에게 우상처럼 받들어지는 피아니스트 돈 셜리 박사는 무대 아래로 내려오는 순간 멸시 받는 흑인 중 한 사람일뿐이다. 토니는 생계를 위해 돈 박사는 안전을 위해 계약서를 쓰고 둘만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아직은 미국 남부의 상태가 흑인에게는 위험한 지역이라 토니의 역할은 운전외에도 안전 가이드 역할이 주어졌다.
한 손은 운전대에 한 손은 조수석 의자에 걸친 채 삐딱하게 운전하며 돈 박사를 무시하는 토니와 저돌적이고 공격적인 토니에게 시종일관 품격있는 언행을 보이는 돈 셜리의 모습이 시트콤처럼 펼쳐져 웃음짓게 한다.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사람의 여행이 잘 끝날 수 있을까.
돈 박사의 연주 투어는 예상대로 많은 난관들에 부딪히고 그 과정에서 토니와 돈 박사는 인간적인 공감대를 느끼게 된다.
놀라운 연주 능력과 함께 품격있는 행동은 무대에서만 통할뿐 무대 아래에서는 밥도 화장실도 흑인 전용의 써야 하는 푸대접에 토니는 혈압이 상승한다.
몇번 주먹으로 해결했지만 돈 박사는 고맙기는 커녕 오히려 품격있게 행동하라고 핀잔을 준다.
하지만 점점 토니에 대한 신뢰감으로 의지하게 된다.
우리가 사는 법, 품격과 주먹
자동차로 이동 중 들판에서 단체노동중인 흑인들과 마주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차 안의 돈 박사도 들판의 흑인들도 서로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인데 이들 사이에 서 있는 토니 역시 마찬가지.
후반부에 돈 박사는 자신은 백인이 아니지만 흑인이면서 흑인도 아니고 남자이면서 남자도 아닌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절망적인 대사를 하는데 토니의 음악적(?) 도움으로 동족인 흑인으로 자연스럽게 동화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인종차별의 내용을 담고 있지만 백인이나 흑인들의 일방적인 탄압이나 저항을 담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숨막힐듯한 고품격의 인내로 저항하는 돈 박사의 모습에 숨을 죽이고 보게 된다.
변화에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그리고 품격이 승리한다는 그는 자신의 신념을 행동으로 실천하였고 토니는 오랫동안 그와 친구로 지냈다고 한다.
척박한 현실 속에서 진실한 우정을 쌓은 두 사람이 자랑스럽고 부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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