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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동화로 보는 세상

엉뚱,발랄,살벌한 아이들의 상상세계 "네가 만약'을 읽고


네가 만약이상희,존 버닝햄(John Burningh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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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내용은 줄거리가 있는것이 아니라 첫 장부터 '만약 ~한다면....?' 이라는 간단한 문장과 문장을 설명한 그림으로 이루어진 그림책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존 버닝햄의 작품인데 아이들의 엉뚱한 상상을 어찌 이리도 잘 표현했는지 읽으면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돼지와 퀵보드를 탄다면...
하마와 같은 침대를 쓴다면....
마트에 황소를 타고 나타난다면....
우리집 욕조에 코끼리가 들어있다면...
개구리를 먹는다면...
유령의 집에 하루 있어야 한다면....
곰이 책을 읽어준다면....
길을 잃는다면....
아빠가 학교에서 춤을 춘다면....
엄마가 음식점에서 큰소리로 싸운다면....
어항 속에 산다면....
산타할아버지의 선물배달을 돕게 된다면...등등등 생각지도 못할 기발하고 엉뚱한 상상의 세계로 우리를 이끌고 들어간다.




이 책속의 질문에  어른은 어떤 대답을 할지 대충 짐작이 가지만 아이는 어떤 대답을 할지 자못 궁금하다.
사실 질문의 내용들이 어른의 입장에서 보면 난감하기 이를데 없는 것들이 많아서 대답의 대부분이 "오마이 갓! 이를 어째 ㅠ"하며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쥘만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아마도 아이들은 어른들이 곤경에 처한 모습에 즐거워하며 박장대소를 하거나 자신들이 환타지 세상 속의 주인공이 되는 것을 즐기려 할 것이다. 
아이를 키워보신 분이나 키우고 계신 분들은 아이들의 엉뚱한 질문이나 말에 감탄하거나 혹은 당황한 경험들이 다 있을 것이다.


라디오 사연 중에 이런 것이 있었다.

어린 아이: 아빠, 기억이 뭐야?
아빠: 머리 속에 지나간 일을 담아놓거나 생각하는거야.
어린 아이: 아~그런거야~!.  그럼 니은은 뭐야?
아빠: ?????
아이의 질문을 잘 못 이해한 아빠의 대답에 이해한 듯 대답하며 다시 질문하는 순진한 아이의 모습이 떠올라 한참 웃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가 하면 아주 감성적인 아이의 말도 있다.
선배 언니의 조카가 엠블런스가 지나가니 이렇게 말하였다고 한다.

"이모, 저 차는 둘이만 타는가봐 두~리 두~리 하면서 가잖어."
조카의 귀에는 엠블런스 소리가 "둘이만 타야 돼"라고 들렸나보다.

그런가하면 발이 저리다는 표현을
"이모, 발에서 별이 반짝반짝 해"

이 말을 듣었을 때 너무 이쁘게 표현을 해서 우리들이 얼마나 감탄했는지 모른다.


지금은 커버린 아들 녀석의 엉뚱함도 곧잘 우리를 웃게 하거나 당황하게 했었다.

어느 날 아침 남편이 출근하려는데 시계가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찾아도 없는데 어린 애가 만졌을리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우연히 시계찾는다는 소리를 들었나보다.

이 녀석이 냉동실에서 시계를 꺼내며 하는 말

"시계가 얼면 멈추는지 알아보고 싶어서... 잘 가네"  순간 띵! 했다가 웃고 말았다. 


7살 때 내년이면 학교에 들어가야하니 이것저것 건강검진을 하는데 안과에서 시력검사를 했다.

안과는 처음이었는데 간단한 시력을 측정한 후 눈동자를 정확히 보려고 기계에 눈을 가까이 대라고 하자 약간 겁 먹은 목소리로
"저기...눈알을 뽑아야 하나요?"

순간 의사 선생님은 웃으시고 나는 애 입을 틀어 막고 어쩔줄을 몰라했다. 지금도 생각하니 웃음이 터져 나오려고 한다.

모 방송에서 자녀 교육에 관한 강의를 하는데 아이들이 어릴 땐 교육을 위해 체벌도 해야한다고 하였다. 단, 그 체벌의 시기는 아직 부모를 필요로 할 때까지만 이라고 하였다.

그럼 아이가 부모를 필요로 하는지 아닌지를 어떻게 아느냐?
아이에게 이런 질문을 해보면 된다고 하였다. "너 엄마 없이 살 수 있어?"
이 질문이 교육적인 것인지 좀 의문스러웠지만 그 강사의 말에 의하면 아이가 '아니 엄마 없이 못 살아'하면 아직 어린 것이니 교육적인 체벌도 해야 하지만 '글쎄...생각 좀 해보고' 이러면 그때부터는 체벌을 하면 안된다고 하였다.

그래서 그때 5학년이었던 딸아이에게  물었다.

"너 엄마 없이 살 수 있어?"
"아니"

'아! 얘는 아직 어리구나.' 생각하고 있는데 다음 말이 이어진다.

"난 아직 밥을 못하잖아, 엄마가 해야지."
이건???뭐지??? 어떻게 해석해야하나..
우리 딸은 아직 어렸던 걸까? 다 컸던 걸까?  애매~~ 합니다잉~

아이들의 허무맹랑한 상상력에 어른들이 즐거워지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