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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동화로 보는 세상

돌이랑 놀아줄 사람 없나요? '심심해서 그랬어'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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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돌이는 모두 일하러 나가고 없는 집에서 강아지 복실이랑 집을 보고 있었다.
나무 그늘 한 켠에서 땅바닥에 그림을 그리며 노는 돌이의 뒷모습은 너무너무 심심해 보였다.
복실이의 표정도 마찬가지이고.

그러다 뒷마당에 있는 동물들과 놀아야겠다고 생각한 돌이는 뒷마당으로 가서 우리에 갇혀 있던 닭과 토끼, 돼지와 소 그리고 묶여있던 염소들을 모두 풀어준다.

다 같이 놀면 아주 재미있겠다 생각한 모양이다.


그런데 그순간 이 녀석들이 제각각 뿔뿔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돌이랑 같이 놀 생각은 없는것 같다.
동서남북 도망치듯 동물들이 흩어지면서 염소들은 호박밭으로 닭들은 고추밭으로 돼지는 감자밭으로 토끼는 무밭으로 소는 배추밭으로 들어가 농작물들을 맛있게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돌이는 이리저리 쫓아다니며 그러지 말라고 잡으러 다니지만 돌이의 손에 잡힐 녀석들이 아니다.

결국 아무도 잡지 못하고 울면서 돌아온 돌이는 엄마에게 혼날 생각에 울다가 잠이들고 집에 돌아온 엄마랑 아빠는 쑥대밭이 된 집과 밭을 보면서 눈이 휘둥그레지고 도망친 녀석들을 다시 붙잡아 우리에 가둔다.

엄마가 부르는 소리에 잠이 깬 돌이는 울면서 엄마에게로 달려갑니다.

동물들도 반갑게 돌이를 보며 울어댄다.



동화의 내용이나 그림이 너무나 마음에 든다.

사실적으로 표현된 시골집 풍경과 동물들 모습 그리고 밭들의 모습이 예전 외할머니 동네에서 보던 모습들이라 아주 친숙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민소매 하얀 런닝에 반바지 그리고 흰고무신을 신은 돌이의 귀여운 모습은 저절로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한다. 강아지 복실이는 시골 어느 집에나 한 마리는 있음직한 '똥개' 딱! 그 모습이다.
 


그림에서 소리가 느껴지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첫 장면에 돌이가 혼자 노는 모습의 장면이 그렇다.

보기에도 더위가 느껴지는 한적한 한 여름의 시골 집 마당의 풍경은 정적 속애 매미 소리만 요란하게 들리는 듯 하다.

말 할 상대가 없으니 아무 말없이 땅 바닥에 그림을 그리기만 하는 돌이의 심심한 모습이 너무나 귀엽다.

돌이는 너무나 심심하다.
TV도 없고 게임기도 없고 딱지도 없고 읽을 동화책도 없는것 같다.
(실은 아직 어려서 글을 모르는것 같아보인다) 
변신하는 장난감도 없고 같이 놀라줄 친구도 이 동네에는 없는것 같다. 
다른 누나 형들은 학교에서 아직 돌아오지 않은 것 같고, 돌이가 이 동네에서 제일 나이 어린 꼬마인가보다.

또래라도 한 명 있었으면 이렇게 심심하지는 않았을텐데 말이다.

오죽하면 동물들을 풀어놓고 놀아볼 생각을 했겠나 싶은게 보기에 짠하다.

돌이의 심심함을 해결해줄 좋은 방법이 뭐 없을까?

생각해 보았지만 대꾸해 줄 이가 없는 '혼자놀이' 뿐이다. 
아마도 한 동안은 학교에 간 누나 형들이 빨리 오던가 엄마가 빨리 돌아오시기를 기다리는 수 밖에는 없는것 같다. 


동화책 맨 뒷장에 여름 소나기처럼 비가 내리는 장면이 있는데 돌이네 집 마당과 그 앞으로 펼쳐진 논 밭들 그리고 동네를 감싸는 산들의 모습이 보인다.

돌이의 마음때문일까?

이 풍경마저도 심심해 보인다. 

이 이야기에 그림을 그린 이태수 화가는 어찌 이리도 그림을 딱! 맞게 잘 그리는지 글을 쓴  작가보다도 그림을 그린 작가에게 점수를 더 주고 싶다.(순전히 개인적인 취향) 

그나저나 내일은 우리 돌이가 또 뭐하고 놀아야 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