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무언가 공사중인 것처럼 극장 입구는 어수선했다.
'하하하 웃다가 또르르 눈물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연극 광고지를 보며 '웃음과 감동을 주려나 보군'하고 나름 생각하며 지하 계단을 지나 안으로 들어서니 자그마한 공간에 의자가 빼곡하고 그 자리엔 벌써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좌석을 많이 만드느라 복층 구조로 되어 있어 키가 조금만 커도 부딪힐것 같았고 좌석 간격이 너무 좁아서 편안한 관람이 되지는 않을것 같았다. 그래서였을까....
조명이 꺼지고 어둠 속에서 연기자인지 스텝인지 모를 한 남자의 외침과 함께 연극은 시작되었다.
코믹스럽게 관객의 애드리브를 끌어내며 웃음을 자아냈다. 주인공 남자는 가난하지만 낙천적이고 유머러스한 성격을 지닌 젊은이이다. 가난하다보니 이것저것 투잡, 혹은 쓰리잡을 하며 열심히 살아간다.
그에겐 심하게 웃다가, 혹은 심하게 울다가 죽을수 있는 병을 가진 아내가 있는데 그녀는 동화 작가이다.
유명한 동화 작가로 등단하기 위해 그녀는 열심히 동화를 쓰고 남편은 그런 그녀를 항상 칭찬해 준다.
그런데 그 남편은 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렸다.
이들 부부는 서로의 병을 알고 있지만 정작 본인들은 자신의 병을 모른다.
부부는 서로의 병을 눈치채지 못하도록 다독이여 서로를 지켜주려 노력한다. 그렇게 애쓰는 모습이 사랑스럽기도하고 애처럽기도하다.
그러던 어느 날 마지막으로 자신이 즐겨했던 복싱을 하기 위해 집을 나섰던 남편이 경기장에 안왔다는 소식을 들은 아내는 그를 찾으러 나간다. 그사이 집에 돌아온 남편,어딘가 불안해보이는데 그순간 아내가 들어오자 남편은 아내를 알아보지 못한다. 치매가 많이 진행된 것이다.
아내는 슬픔에 겨워 목놓아 울기 시작했고 순간 남편은 "울면 안돼~"를 외쳤다.
흐려지는 기억 속에서도 아내가 울면 죽을 수 있다는걸 알아버린 것이다. 울던 아내는 숨이 넘어갈듯 쓰러지고 남편은 응급시 사용할 주사기를 찾지만 ....
조명이 다시 켜지자 만삭의 아내와 남편이 보인다. 다행히 우려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나보다.
남편의 증세는 더 심해진것 같았지만 아내의 보살핌은 더 극진했다. 그리고 아내는 웃지않는 공주와 기억을 잃어버린 광대의 사랑 이야기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동화로 썼고 남편은 그 동화책을 제일 재미있게 읽으며 행복해 했다.
연극을 보면서 '크리스마스의 선물'이라는 책이 생각났다. 남편은 아내를 위해 자신의 금시계를 팔고, 아내는 남편의 시계줄을 사기 위해 머리를 잘랐던 이야기. 가난하지만 두 사람의 사랑만큼은 누구보다 더 깊었던 아름다운 부부였다.
이들 두 부부의 공통점은 자신보다 상대방의 행복을 위해 배려하고 또 배려하는 모습이다.
서로에게 용기를 주고 희망을 주고 사랑받고 있음을 확인시켜주는 모습이 너무나 예뻤다.
마지막 즈음, 남편의 치매가 심해지고 아내가 울다가 쓰러지는 장면에서 여기저기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감수성이 여린 여자관객들의 울음소리였는데 나는 독한 아줌마여서 그랬을까 눈물이 나지는 않았다.
약간은 작위적인 웃음과 감동을 주려한 부분이 없지않아 있지만 유쾌하고 신선한 작은 감동으로 받아들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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