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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sitorium/Book

멈추지 않는 화폐전쟁, 화폐트라우마



화폐 트라우마
국내도서>경제경영
저자 : 다니엘 D. 엑케르트 / 배진아역
출판 : 위츠 2012.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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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는 의학용어로는 '외상(外傷)'을 뜻하나, 심리학에서는 '정신적 외상', '(영구적인 정신 장애를 남기는) 충격'을 말한다. 책 제목인 화폐트라우마는 현재 기축통화인 달러, 유럽통합의 유로, 그리고 새롭게 부상하는 중국의 위안화가 갖고 있는 숨길 수 없는 약점을 말한다. 따라서 이들 화폐가 갖고 있는 근원적인 트라우마를 이해함으로써, 앞으로 벌어질 세계경제의 치열한 화폐전쟁 결과를 예측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같이 수출비중이 높은 나라는 화폐전쟁에서 중립을 지킨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에 외환시장의 움직임에 더욱 민감할 수 밖에 없고, 경제적으로 친밀한 미국과 지정학적으로 가까운 중국사이에서, 자칫 이용당한 후 용도 폐기될 수도 있음을 서문에서 경고 있다. 이미 1997년 외환위기에서 미국 달러의 공격을 뼈저리게 경험한 한국으로선 화폐 전쟁의 변방으로서 어쩔 수 없는 숙명이지만 최대한 영리하게 경제적 정치적으로 움직여야 할 것이다.


2012년 대한민국은 정치경제적으로 중요한 국면을 맞고있다. 정치적으론 총선과 대선이 있으며, 경제적으론 미국과 진행중인 FTA체결이 그것이다. 전세계가 자국경제 보호를 위해 보호주의로 선화하려는 시기에 미국과 맺은 자유무역협정이 올바른 선택이 되려면 좀더 현명한 경제정책 수립이 요구된다.

 

책의 구성은 달러, 위안, 유로의 트라우마와 또 하나의 화폐인 금의 트라우마로 전개된다.


첫번째, 달러의 트라우마는 대공황이다. 1929년 대공화은 미국인들에게 잊을 수 없는 상처이다. 바꿔말하면 대공황 때 미국의 긴축정책은 뼈아픈 후회로 남아 있기에, 미국이란 나라가 존재하는 한 긴축정책은 없다. 금융위기에 대한 달러의 미국내 전략은 인플레이션 정책이다. 경기 부양을 위해 제로금리를 유지하는 것이다. 또한 현재의 기축통화의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 계속적으로 다른 나라의 희생을 강요할 것이다. 아시아 금융위기도 대표적인 예이다.
이러한 미국의 달러 전략에 대한 한국의 적절한 방안은 금, 위안, 유로 등 외환보유고의 다변화이다. 현재는 달러 비중이 너무 높아 언제든 미국의 저질적인 행위에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 세계 경제의 화폐 전쟁에서 미국이란 나라를 우방이라고 착각하는 정치적 경제적 무감각에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겠다. 


두번째, 위안의 트라우마는 화폐붕괴이다. 중국은 철저하게 화폐를 인민정부에서 통제하며, 저평가된 위안화의 힘으로 세계에서 중국의 힘을 과시하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2020년대 중반 즈음이 되면 중국이 세계 최대의 경제대국으로 미국을 대신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미국의 가장 중요한 채권국가도 중국이다. 현재 세계경제에서 금융 핵폭탄의 통제권을 장악하고 있는 것은 더이상 미국이 아니라 중국일지도 모른다.
이처럼 중국의 전략은 타국이 위안화의 시세를 결정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으며, 화폐전쟁에서 검이자 방패로 남게되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꿈꾸는 위안의 기축통화는 현실적으로 힘들거라 예상한다. 기축통화를 보유한 국가는 필연적으로 소비를 많이해야 하며 적자국가여야 한다. 그리고 세계 1인자가 된 나라는 민주주의, 자본주의가 가장 발달한 나라인데, 중국의 시스템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라 여겨진다.


세번째, 유로의 트라우마는 바로 독일이다. 우여곡절 끝에 유럽통합과 유로화가 탄생한 배경도 프랑스와 독일의 힘겨루기이며, 유럽의 여러 국가들은 독일의 광기를 영원히 잊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전후 마르크화를 필두로 세계 경제에서 아니 좁게는 유럽내에서 독일의 위상은 프랑스로 하여금 유럽연합이라는 커다란 울타리에 독일을 가둬야하는 강력한 동기가 되었다.
그러나 작금의 유럽 연합은 풍전등화의 처지다. 그리스 사태와 PIIGS의 몰락은 1991년 12월에 확정된 마스트리히트조약의 붕괴를 예고하고 있다.


마지막, 금의 트라우마는 금이 갖는 화폐 기능으로서의 한계이다. 그러나 달러가 기축통화로서 지위가 흔들리는 지금, 금은 가장 유일한 가치보존 수단임에은 틀리없다. 선진국은 이미 많은 양의 금을 외환보유고로 보관하고 있으며, 중국, 인도 등 신흥국은 금 보유량을 늘리고 있다.
물론 예전의 금본위제로 돌아가는 일은 없겠지만, 금펀드, 금ETF 등 개인이 금에 투자해 자산을 보전하는 민간 금본위제는 확대되고 있다. 따라서 금은 개인뿐 아니라 국가에게도 세계금융위기를 막아주는 막강한 방어벽이 될 것이다.





대표적인 화폐전쟁의 피해국인 일본의 예를 보아도 미국 달러의 마력을 엿볼 수 있다. 잃어버린 10년이 시작된 1990년 이전 일본의 경제 발전은 전 세계의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 이유 중에 하나는 저 평가된 엔화에 있었다. 그러나 이런 성공에도 어두운 이면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1970년대부터 일본이 유달리 많은 양의 달러를 국내로 끌어들였다는 것이다. 거대한 외화는 일본이 활용할 수 있는 양을 초과해 결국 파멸을 맞이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면 과잉공급된 달러가 왜 일본을 잃어버린 20년이 지난 현재에도 점점 암흑의 구렁텅이로 몰아 넣고 있는걸까?
첫번째 이유는 고령화다. 젊은 층의 숫자가 넉넉하거나 지속적으로 경제성장이 이루어진다면 달러 유동성의 풍부는 약간의 인플레이션을 감안해도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그러나 달러 과잉에 따른 거품이 자행하는 파괴행위에 대항 하기에는 일본의 자체적인 성장이 너무나도 미약했다.(넘치는 달러는 엔화를 평가 절상하였고, 그로 인해 수출경쟁력은 떨어지며, 국가의 성장력은 저하되는 악순환이 시작됨) 두번째는 중국의 개방으로 일본의 수출 부문에서 강력한 경쟁자를 만난 점도 한 이유이기는 하다.


21세기는 새로운 분계선 중 달러와 위안 사이의 분계선이 세계 경제의 흐름을 좌우할 가장 중요한 화폐전쟁이 될 것이다. 앞으로 미국화폐 달러와 중국화폐 위안의 환율은 가장 치열한 공방이 전개될 것이다. 이런 화폐 경계선에서 힘의 균형이 어느 쪽으로 치우질 것인지에 따라, 수조달러에 이르는 자금이 서구경제권으로 흘러들어가거나, 아니면 빠르게 확장되고 있는 중국경제로 흘러들어가게 될 것이다. 21세기는 어쩌면 중국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약 중국이 위안의 시세를 조심스럽지만 분명하게 평가절상하는 대범함을 보일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다시한번 미래의 화폐로 또다시 금의 중요성이 부활하고 있다. 그리스사태는 국가부도 위험이 순수하게 가상적인 위험이 아님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미국, 영국, 일본 혹은 독일 같은 대형 선진산업국가들 조차도 국가부도로부터 안전하지 않다. 현재 이들 국가의 부채지수는 향후 수십년 안에 부채부담으로 인한 붕괴가 현실적인 위험으로 다가올 만큼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도쿄, 베를린, 워싱턴을 비롯한 다른 나라의 수도에서 부채를 모두 사라지게 만들 경제기적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국가파산이나 인플레이션 혹은 화폐개혁이 채무위기의 종착점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사태를 감안할 때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시대에 돈은 은밀한 속내를 품고 있는 발권은행의 감시와 통제를 받는 재산이 아닌, 개인의 관리감독을 받는 재산으로서 재인식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정부에 대한 금의 엄격한 중립성은 세계 화폐전쟁에서 가장 막강한 방어벽이 될 것이다. 

저는 건강한 리뷰문화를 만들기 위한 그린리뷰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