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을 보는 창/의미있는 일상

고령화 사회를 맞이한 부모세대와 자식세대의 갈등과 고민

 

고령화 사회를 맞이한 부모세대와 자식세대의 갈등과 고민

                ▲ 출처 : KBS 뉴스

 

부모의 입장에서 자의든 타의든 자식에게 기대고 짐이 되고픈 사람은 없을 것이다. '치매에 걸리면 난 절대로 구차하게 안살어. 그냥 콱 죽지.왜 살어.'라고 말씀하시는 어른들을 뵌적이 있지만. 어디 죽는게 마음대로 되는 일인가? 사는것도 마음대로 안되는데...

자식의 입장에서 '난 절대로 우리 부모를 방치하지 않아. 끝까지 내가 책임질거야. 어떻게 요양원에 버려.'라고 말하지만 긴 병에 효자없다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은 아닐 것이다. 점점 고령화되어가는 사회, 점점 경제활동을 더 길게 해야만하는 사회로 빠르게 변화하는 지금. 나이많고 병든 부모세대나, 평생직장을 다녀야하는 자식세대나 고민이 깊어진다.

 

아들만 4형제인 집에 맏며느리인 그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가슴이 답답하다. 그녀는 맏며느리이지만 시댁과 처음부터 같이 살지는 않았고 근처에 살았다. 그녀도 어느새 큰 아이가 대학교 4학년이고 남편도 그리고 그녀도 직장에서 안정적인 위치에 있다. 아이가 어릴적 이리뛰고 저리뛰고 매일 전쟁을 치루며 어렵고 힘들게 직장생활을 이어왔고 이제 좀 한숨을 돌리는가 싶었다. 

그런데 시어머님이 수술을 받게 되셨다. 큰 수술도 아니고 어려운 수술도 아니라서 큰 걱정은 안했는데 퇴원하실때가 된 시어머님이 퇴원을 안하시겠단다. 아직 아프다고, 다 안 나았다고, 요양원에서 더 쉬고 싶다고 하신단다. 그럼 집에 계신 시아버님은 어쩌란 말인가? 시어머님은 지금 내 몸이 아픈데 난 어쩌라고 하신단다.

지금 시댁엔 시아버님과 이혼한 시동생의 아들 두 녀석이 있었는데 시어머님이 병원에 계시는 동안 맏며느리인 그녀 집에 아이들을 당분간 데려와 돌보고 있었다. 초등학생들이라 퇴근후 저녁만 챙겨겨주고 간단한 일상생활을 돌보아 주고 있었는데 시아버님과 조카들이 공중에 붕 떠버리게 생겼다.
 


설상가상! 병원에 계신 어머님을 대신해 밑반찬과 청소, 빨래를 위해 시댁에 갔던 어느 날, 시아버님이 속옷차림으로 멍하니 계셔서 너무 놀라 바로 나와 버렸다고 했다. 남편과 병원에 다녀오신 시아버지는 치매 초기란다. 엉엉 우는 남편을 달래서 밤을 꼬박 새우며 의논을 했지만 답이 나오지 않는다.

아직 중증은 아니시니 병원에 입원할 정도는 아니고 진료와 약을 드시면서 경과를 봐야한단다. 이 사실을 안 시어머니는 그래도 당신은 요양원에 계시고 싶다고 하신다. 시어머니는 요양원에, 정신이 혼미하신 시아버지는 혼자 집에, 덜컥 맡게 된 조카는 그녀 집에 ... 어느 것부터 해결해야할지 모르겠단다. 

그녀가 바라는 것은 시어머님이 어느정도 건강이 회복되시면 시아버님을 돌보시되 도우미를 불러서 도움을 받고 조카는 아빠한테 보내고 아들, 며느리가 더 신경을 쓰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시어머님이 집에는 안가시겠다고 하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

시아버님은 나혼자 괜찮다고 신경쓰지 말라고 하시지만 속마음이 정말 그러실까? 정작 당신 자신도 얼마나 두려울까? 아무도 없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나면 어쩌나하고 얼마나 두려울까?  다른 형제들이 나몰라라 하는것은 아니지만 그녀가 맏며느리이다 보니 져야할 몫이 크다고 스스로 느끼나보다. 

 

그녀가 직장을 그만두고 치매 시아버님을 전적으로 모시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며느리가 나쁜사람이라서가 아니라 아직 치매초기라 가끔 증상이 나타나는데 그걸 며느리 입장에서 잘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시아버지 입장에서도 어려운 며느리 앞에 정신이 온전치 못한 자신을 내보이기가 수치스러울것이고. 그렇다고 당장 병원에 입원하셔도 두 분 병원비를 형제들이 부담하기엔 무리가 있다. 

 

그녀 역시도 아직 대학에 다니는 아이가 있고 대학에 들어갈 아이가 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네 정서상 맏아들이 맏며느리가 이런 문제에 대해서 일차적인 책임을 지는게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당사자들은 둘째나 다른 자식들보다 더 깊은 고민에 빠지는 것이다. 요즘은 딸이라고해서 이 문제에 대해서 열외가 되는것도 아니다.
 
그녀는 나는 나중에 이런 일로 자식들 고민스럽게 하지 말아야지 생각한단다. 하지만 사람일이란 모른다. 사는게 어디 내가 맘먹은대로 되야 말이지. 사람은 누구나 나이먹고 기운 빠지면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만 한다.

그게 살가운 자식이길 바라는 마음이야 인지상정이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으니 안타까울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