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보다 예능 프로를 더 즐겨보는지라 '시크릿가든' 이후로는 보는 드라마가 없었다. 그런데 '넝쿨째 굴러 들어온 당신' 이거 진짜 재밌다. 좋아하는 배우 유준상씨가 나오는거라서 처음부터 관심을 가졌었는데 회가 거듭될수록 아직까지는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현재 이야기는 시댁과의 불편한 관계를 싫어해 고아인 남편을 골라 결혼했건만 알고보니 시할머니에 셋이나 되는 시누, 그리고 시숙부까지. 그야말로 넝쿨줄기처럼 시댁 식구들이 며느리를 중심으로 얽히고 섥혀있다. 고르고 골라서 홀홀 단신인 남편감을 찾았건만 결과는 대한민국 평균치 이상을 넘는 시댁과 연결이 된 것이다. 평균이상의 시댁과 평균이상의 며느리가 앞으로 어떻게 평균점을 찾아갈지 기대가 된다.
▲ 사진출처 : KBS
이 드라마가 혹시 며느리에게 호된 시집살이를 시키는 고리타분한 드라마가 아니라는 걸 확신하는 이유는 보통 다른 드라마에서 보지 못했던 장면들 때문이다.
30년만에 극적으로 만난 아들이 공교롭게 만나자마자 해외로 가게 되어 다시 이별을 해야하지만 할머니와 부모는 쿨~하게 보내주려 한다. 물론 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억지 눈물로 붙잡지는 않는다. 그리고 아들도 죄송스럽고 서운하긴 하지만 아내와 먼저 결정했던 일이라 번복하지 않는다. 이건 지금까지 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내용이다.
여타 드라마 같았으면 아들은 갈팡질팡 하며 아내와 갈등을 겪고, 또 며느리로서 시부모와 이중의 갈등을 겪다가 결국 어찌어찌 며느리는 미국행을 포기하고 가족의 행복을 위해 희생한다는 결말을 냈을텐데 이 드라마는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며느리가 진심으로 미국을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한다. 제3자들, 특히 같은 며느리 입장인 여자들은 미국으로 가기를 바라겠지만 아내를 먼저 생각하고 배려해주는 남편때문에 이기적인 그녀도 미국행이 고민될 수 밖에 없다.
사랑하는 남편이 30년만에 가족을 찾았는데 남편은 그녀를 존중해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계획했던 미국행을 진행하려 했다. 선택의 '공'은 그녀에게 쥐어졌고 그녀는 고민끝에 미국행을 스스로 포기한다. 오로지 남편의 사랑때문이다.
남편은 아내의 험담을 하는 작은 아버지께 "제 앞에서 제 처 험담은 하지 말아 주세요."라며 당당히 말한다. 현명하고 똑똑한 남편이다. 대한민국 남편들이 가장 잘 하는 실수가 '부모'와 '아내' 중 누가 우선이냐를 선택하려 한다는 것이다. 아내는 선택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사랑과 믿음을 주기를 바란다.
호시탐탐 세째 시누이가 의도적으로 시집살이를 시키려고 하지만 며느리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신데렐리 컴플렉스에 걸린 착한 며느리만은 아니다. 직장에서 완벽한 처세술로 윗사람 아랫사람 잘 다스리는 그녀에게 손아래 시누쯤이야 그야말로 식은죽 먹기이다. 그래서 시누의 작은 앙탈(?)은 애교로 받아주고 있는데 점점 새언니 머리 꼭대기에 앉으려 한다. 조만간 큰 코 다치겠다 싶더니 결국 코를 잡혔다. 그러게 어째 불안불안 하드만...
드라마의 가족 구성이 비현실적인 면이 있지만 그럼에도 이 드라마를 기다리며 보는건 어느 날 갑자기 가족 관계가 되어 서로 어색하고 서툴지만 서로에게 맞춰가며 가족으로 엮어지려 노력하는 과정이 진솔하면서도 무겁거나 어둡지 않고 명랑하게 그려지기 때문이다.
4월14일(토)요일의 하이라이트:
할아버지의 제사에 늦은 며느리가 못마땅한 시댁 어른들, 그중 할머니께서 손자를 불러 제사의 중요성을 알려주신다. 그 속뜻은 '얼른 며느리를 불러서 일을 시켜라' 였는데 아들은 할머니의 말씀을 감동적으로 듣고 일어나 얼른 제사 음식을 만들러 가야겠다며 나선다. 할머니가 말리며 며느리를 시키라 하자
"아니요. 할아버지는 저를 사랑하신거잖아요. 제 처는 할아버지 얼굴도 모르는데 할아버지께 사랑받은 제가 해야 마땅하지요."
당황한 시댁 어른들을 보며 아들은 정성스럽게 그리고 신나게 전을 부친다.
이 작가 대단하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앞으로의 전개가 더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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