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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의미있는 일상

당신은 그대를 사랑합니까, 가끔 갖다 버리고 싶은 그대

 

당신은 그대를 사랑합니까, 가끔 갖다 버리고 싶은 그대

 

남편이 살이 빠지고 나니 옷들이 맞지 않아  봄옷들을 다시 사야할 지경이다. 주말에 사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주말전, 아침 출근 시간에 옷을 입으며 투덜거린다. 옷이 작네 크네, 입을만 하네 안하네, 이 아침에 어쩌라구. 우리 딸래미가 항상 아침에, 꼭! 아침에 옷이 없다고 투덜거린다. 아빠 닮았나보다.  먹느라 돈 들고 빼느라 돈 들고 다시 옷 사느라 돈 들고 이중 삼중으로 돈이 든다. 주민센터에서 할인받아 헬스장을 다녔는데 출장 관계로 운동을 중단하니 살이 다시 찌는것 같기도 하고.

퇴근 무렵 문자로 **마트로 오라고 했다. 옷 사고 저녁도 먹자고 .

봄 자켓과 여름 자켓을 샀다. 남편 눈이 휘둥그레진다.

"뭐하러 2벌씩이나 사?"

"입히고 먹여서 갖다 버릴라고."

듣는 둥 마는 둥 옷을 입어보느라 입이 찢어지신다.

'남편을 갖다 버린다' 말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대꾸가 없다.


개인적이긴 하지만 할머니들의 대화에서 할아버지를 갖다 버린다는 말을 들었던 적도 있는데 그 말을 실행에 옮기겠다는 의지보다는 그만큼 할머니가 힘들다는 표현으로 들렸었다. 사실 우리 나라 남편들이 부인을 얼마나 귀찮고 힘들게 하는지는 말 안해도 다 아는 사실이니. 아들 하나 더 키운다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은 아니다. 그런데 이 말을 재혼한 후처가 하면 아주 예민한 말이 되나 보다.

재혼한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셨는데 할아버지 건강이 조금 안좋아지셨나 보다. 그러다보니 할머니를 귀찮게 하고 짜증스럽게 했나보다. 할머니는 전화로 친구와 대화를 하던 중 농담섞인 말로 할아버지가 더 힘들게 하면 갖다 버려야지 라는 말을 하셨는데 그 말을 할아버지가 들으신거다. 할아버지는 화가 나서 할머니에게 뭐라고 하셨고 할머니는 농담도 못하냐며 같이 싸우셨는데 이게 양쪽 자식들까지 가세한 싸움으로 번지게 되었다.

할아버지 자식들은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냐며 정말 조금 기운이 더 떨어지면 몰래 도망가는거 아니냐면서 그럴러면 아예 지금 이혼하라고 한다. 할머니 자식들은 부부간에 그 정도 농담도 못하냐며 아직도 할아버지나 그 자식들이 할머니를 어머니로 인정하지 않는것 같다며 그럴바에야 차라리 이혼하시라고 한다. 애들싸움이 어른 싸움이 된게 아니라 그 반대가 되버렸다. 두 어른의 의사와 관계없이 이제 자식들의 감정싸움이 커져 두 어른은  다시 화해하기가 어려워 졌다.


사실 여자 입장에서 나이 들어 남편의 수발을 들어야 하는건 신체적으로도 그렇고 정신적으로도 그렇고 쉬운게 아니라고 한다. 물론 잉꼬부부로 서로를 존중하며 살아온 부부의 경우에는 다르겠지만 말이다. 기운이 떨어지니 그 동안 해왔던 가사일이 힘에 부치기도 하고 워낙 오래 한 일이라 질리기도 한다는 것을 남자들이 알아주어야 한다.

남편을 혹은 부인을 갖다 버린다는 말이 좋은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 말이 얼굴을 붉힐 만한 말도 아닌데 할아버지나 그 자식들이 예민한 반응을 보인 이유는 이분들이 재혼한 부부라서 서로에 대해 책임감이나 의무가 덜할지도 모른다는 오해 때문이다. 서로에게 신뢰감이 없다는 게 문제이다. 부부는 서로를 못 믿고 양쪽 자식들은 상대방 부모님들을 믿지 못하니 가벼운 말이나 행동에 쉽게 오해해서 다툼이 일어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만약 재혼이 아니라 초혼을 유지하신 분들이라면 그냥 흘려버리거나 웃어 넘길 수도 있는 말인데 말이다.

자식들 입장에서는 생부가 아니고 생모가 아니니 쉽게 버림받고 헤어질 수 있는 관계라 생각한 모양이다. 신뢰감을 쌓아가는 노력을 무던히 해야 아름다운 재혼이 유지될 수 있지 않나 싶다. 수명이 길어져 황혼의 이혼이 많아지고 있다고 하는데 황혼의 이혼도 문제지만 황혼의 재혼도 쉬운건 아닌가 보다. 

 

착한 일 많이 해서 다음 생에는 나같은 마누라의 남편으로 살아보고 싶다. 우리 남편은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