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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열매와 사랑의 온도탑, 올 겨울 한파에도 따뜻함이 이어지길 바라며

 

사랑의 열매와 사랑의 온도탑, 올 겨울 한파에도 따뜻함이 이어지길 바라며

11월에 접어드니 송년모임을 예약한다는 문자가 오기 시작한다. 벌써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즌이 되었구나 생각하니 그동안 뭘했나 잠깐 돌아보게 된다. 2012년이 시작될 무렵에는 언제 올해가 갈까 까마득해 보이더니 지겹고도 길었던 여름이 지나고 어느 새 겨울의 문턱에 와 있다.

방송에선 대선때문에 열기가 오르는데 정작 대선의 중요한 한표를 쥔 국민들은 당장 코 앞에 닥친 겨울이 걱정이다. 왜냐하면 백년만에 찾아온 무더위였던 여름 이상으로 올 겨울이 추울거로 예상들하기에.

 

사랑의 열매

시내에 나가질 않아서 아직 본 적은 없지만 아마도 곧 자선남비가 등장하고 사랑의 열매 모금행사가 시작 될 것이다. 불우한 이웃을 돕는 모금이나 행사는 일년내내 있지만 유독 겨울에 대대적인 모금행사를 하는 이유는 어느 계절보다 겨울은 어려운 사람들에겐 견뎌내기 힘든 계절이기 때문이다. 없는 형편에 추운 겨울을 나야하는 어려운 이웃들은 몸도 춥지만 곁에 아무도 없다는 외로움에 마음마저 시리도록 추위를 느낀다.

 

10여 년전 동그란 빨간 열매 세 알이 삼각형 모양으로 만들어진 '사랑의 열매'라는 로고가 인상적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각 기업과 관공서에 앙증맞은 뺏지를 돌리며 대대적인 모금행사를 했었다. 의무적인 것처럼 보일만큼 사랑의 열매 뺏지는 고위공직자를 비롯 공무원들은 물론 대기업의 간부들은 이 뺏지를 꼭 달아야했다.

이 뺏지는 은행에 가서 기부를 하면 공짜로 주기도 했는데 언뜻 보기엔 기부가 아니라 매매하는 물건처럼 보이기도 했다. 왜냐하면 일정 금액 이상을 내야만 뺏지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한동안 사랑의 열매 뺏지는 연말 기부행사의 대표적인 증표로 인기가 많았다.

 

사랑의 온도탑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대표적인 상징물인 사랑의 온도탑도 연말 불우이웃을 위한 기부행사의 상징적인 조형물 중 하나이다. 일정 금액이 모일때마다 1도씩 올라가는데 작년엔 목표액을 넘어선 2592억원이 모여서 온도계가 118도까지 올라갔다고 한다.

 

경제가 위축되어 목표치를 넘기지 못할거라 예상했는데 홀아비 사정은 과부가 안다는 말처럼 없는 사람들이 서로를 돕겠다고 나서니 우려속에서도 모금액이 많이 모였다. 말 그대로 펄펄 끓는 이웃사랑에 가슴이 훈훈하다. 올해는 작년보다 더 추운 날씨와 더 나빠진 경제사정에 모금현황이 어찌 전개될지 걱정도 되고 기대도 된다.

그런데 2년전 쯤 이 모금회가 기금을 유흥비 등으로 횡령한 사실이 밝혀져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주는 뉴스가 나왔다. 선의의 마음이 담긴 뜻 깊은 돈을 흥청망청 써 버렸다는 사실에 뒤통수를 제대로 맞아 그 뒤로는 색안경을 쓰고 바라볼 수 밖에 없게 되었다. 관련자들을 사법처리하고 사과문을 게재하였지만 찜찜한 기분은 여전하다. 

 

어느 해보다 춥다는 올 겨울, 다른거 조금 더 아껴서 지나해보다 성금을 조금 더 내보자고 생각하는데 내 정성이 허튼 주머니로 들어갈까 걱정스러움이 앞서니 서글프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