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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의미있는 일상

인생황혼에 발견한 그림 재능에 날마다 행복한 우리 이모

 

인생황혼에 발견한 그림 재능에 날마다 행복한 우리 이모

네째 이모는 결혼이 늦은 편이셨다. 옛날엔 20대 초중반에 많이들 결혼을 하는데 30이 넘어 시집을 갔으니 늦어도 한참 늦은 셈이다. 그런데 이모부께서 많이 편찮으시다 돌아가시는 바람에 혼자 아이를 키우며 고생을 많이 하셨다.

 

새롭게 시작한 즐거움

이제 환갑이 지나고 하나 뿐인 아이도 성인이 되어 경제적인 부담은 덜하시지만 여전히 일을 하신다. 하기야 요즘 60은 노인도 아니라고 하지만 말이다. 이모님들 가운데 가장 멋쟁이인 네째 이모님에게 예술가의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실제로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걸 얼마 전에 알게 되었다. 본인도 모르고 있었던 숨겨진 재능을 말이다.

 

 

지난 봄부터 우연히 복지관 프로그램에서 미술을 보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셨는데 불과 5-6개월 지나 그동안 몇 작품 그리신 걸 보니 그동안 그림을 안그리고 어찌 살았을까 싶을만큼 너무나 솜씨가 좋으셔서 모두들 깜짝 놀랐다. 어려서부터 그림을 그리고 싶었지만 어려운 가정 형편에 형제도 많아서 얘기 꺼내지도 못했었고 결혼하고 나서는 사느라 바빠서 엄두조차 내지 못하셨다고 한다.

하지만 항상 '그림을 그리고 싶다'라는 막연한 기대는 늘 가지고 계셨다고 한다.

월 3만원에 일주일에 한번 복지관에 나가서 그림을 그리는데 스케치북 20장짜리 5천원, 수채화 물감 2만원짜리 붓 몇개가 도구의 전부이지만 그림을 그릴 때가 너무나 행복하다고 하신다. 3-4시간이 훌쩍 지나가니 시간 보내기 좋다고 말이다. 그말이 좀 짠하게 들리긴 했지만 이제라도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신 용기에 박수를 보내드렸다.

형제(7남매)들도 적극 후원할테니 맘껏 그림을 그려보라고 하셨단다. 다른 이모님들에 비해 베레모가 유난히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화가의 기질이 숨어있어서 그랬나보다.

 

인생은 60부터

7남매의 형제들이 제각각 손재주 하나씩은 다 남다르게 가지고 계신데 유독 네째 이모님만 그럴듯한게 없어서 그냥 지나쳤는데 피는 못 속인다고 이제 60이 넘어 그림 재능이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확실히 자존감도 생기신 것 같아서 보는 내가 기분이 좋다. 아직 잘 못 그린다고 손사레를 치시지만 칭찬을 듣고 함박 웃음을 짓는 이모님의 얼굴에서 18세 소녀의 얼굴이 보이기도 한다.

 

 

그림 선생님과 다른 형제분들의 적극적인 후원에 힘입어 매일 매일 짬을 내어 그림을 그리시고 계시다니 조만간 전시회 한번 하실만큼의 작품이 곧 나올것 같다. 그동안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살아왔는데 이젠 이름걸고 해볼만한 걸 찾아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고 하시니 부러울따름이다. 얼마나 행복하실지 짐작이 가기 때문이다.

타고 난 재능으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 노래를 하는 사람,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다고 생각한 적이 많다. 자기만의 독특한 세계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나에겐 어떤 재능이 숨어 있을까?

궁금해서 한 때 피아노를 배워보려했지만 너무 어려워 중단했었다. 후천적인 노력으로도 악기를 연주할 수있다고 하지만 쉽사리 피아노와 친해지지 않아서 중단했는데 계속 해볼 걸....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외가쪽 피를 이어받았았다면 나에게도 뭔가 선천적인 재능이 있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