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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아 이야기 - 엄마는 어떻게 다 알아?, 동화 '좀 더 깨끗이'를 읽고

 

정아 이야기 - 엄마는 어떻게 다 알아?, 동화 '좀 더 깨끗이'를 읽고

 

'정아 이야기'를 읽고

추운 겨울 날, 아랫목 이불 속에서 정아는 숙제를 하고 있었고 엄마는 뜨게질을 하고 있었다.

그 때 사람의 발자국 소리가 났는데 엄마는 옆 집 아줌마라는 걸 금방 알아챘다. 그리고 그 옆집의 아저씨 발소리도 척척 알아챘다. 정아는 엄마가 발소리만 듣고도 누군지 알아내는게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그런데 엄마도 처음 듣는 발자국 소리에 뜨게질 하던 엄마는 얼굴을 들었다.

 

 

그리곤 정아와 함께 창호지 바른 문 앞으로 다가가 손가락에 침을 바르고 구멍을 내어 밖을 쳐자 보았다. 낯선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처음 보는 사람이라 엄마도 누군지 모르겠다고 하셨다. 뚫어진 문구멍으로 찬 바람이 들어온다.

그런데 잠시 후 정아와 엄마는 다시 발자국 소리를 듣자마자 소리쳤다. 

"아버지다!"

 

 

며칠 후에 오신다던 아버지가 일정을 빨리 마치고 돌아오신거다. 맛있는 과자를 사오신 아버지가 너무 반가웠다.

다음 날 아버지는 뚫어진 방문의 창호지를 다시 예쁘게 붙여 주셨고 구멍을 뚫지 않고도 밖을 볼 수있도록 정아의 손바닥만한  유리를 창호지 문에 붙여 주셨다. 안이 들여다 보이지 않도록 작은 헝겊으로 커텐까지 달아주셨다.

 

 

아버지 덕분에  이젠 구멍을 뚫지 않아도 언제나 밖을 내다볼 수 있게 되었다.

 

아빠의 발자국 소리

옛날엔 마당을 가운데 두고 여러 집들이 방 하나에 부엌 하나를 쓰며 같은 집에 살았었다. 한 대문을 사용하는지라 들고 나는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매일 얼굴을 보고 사는 이웃집 사람들이니 그들의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누군지 알아채는건 그리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호기심 많은 어린 정아는 문 밖에서 나는 소리에 귀를 쫑긋 세우고 발자국 소리의 귀를 귀울인다.

무심한 듯 뜨게질을 하는 엄마도 사실은 문 밖 소리에 귀를 귀울이고 있었다. 두 모녀가 기다리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드디어 반갑고 귀에 익은 아버지의 발자국 소리를 듣게 된다.

 

엄마는 어떻게 다 알아?

정아와 엄마가 들은 아버지의 발자국 소리처럼 가족의 소리는 귀에 익어서 금방 알아챌 수가 있다.

우리 집도 마찬가지이다. 현관키 누르는 소리만 들어도 누가 누구인지 다 알 수 있다. 저마다 누르는 타이밍이 다르기 때문이다. 계단을 올라오는 발자국 소리도 다르고 하물며 우리 집 자동차는 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다.

이건 아마도 대부분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한 공간에서 오랫동안 같이 살아 온 가족들간에는 소리나 냄새, 혹은 정서 등이 정보로 공유되고 장기간 지속적으로 접하다보니 몸이 저절로 익힌 감각일 것이다.

학교 입학식이나 졸업식에서 또는 저만치서 아른거리며 걸어오는 사람만 봐도 우리 식구를 금방 찾아내는 건 가족이라는  텔레파시가 강하게 통했기 때문이다.

간혹 아이들은 부모와의 텔레파시가 불통이 되기를 바라지만 엄마의 강한 촉은 벗어날 수가 없단다.

애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