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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의미있는 일상

할머니가 되어도 엄마도 여자더라

 

할머니가 되어도 엄마도 여자더라

후배의 친청어머니는 아주 고우신 분이다.

같은 동네에 살 땐 몇 번 뵌 적이 있는데 뵐 때마다 젊었을 때  참 미인이셨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얼마 전 후배와의 통화에서 친정 어머니가 쌍거풀 수술을 하시느라 병원을 모시고 다니느라 힘들었다는 말을 들었다. 직장 생활하는 후배가 없는 시간을 쪼개 친정 어머니와 상담 받고 수술하고 사후 관리로 병원에 모시고 가느라  몇 번 회사를 비웠더니 눈치가 보여 혼났다는 말을 했다.

연세가 드시니 눈꼬리가 쳐져서 점점 눈을 가리게 되니 미용상 고민이 되셨지만 별 말씀을 안하셨는데 아이때문에 안과에 같이 갔다가 갑자기 친정 어머니가 의사 선생님께 눈을 보이고 싶다고 하셨단다. 진단 결과 지방이 없는 눈꺼풀이 힘없이 자꾸 늘어져 나중엔 눈을 반이상 가리게 될 것이고 그러면 시력에도 영향을 줄 수도 있으니 절개하는 쌍거풀 수술로 늘어진 눈꺼풀을 잘라내야 한다고 하셨단다.

후배는 조금 더 기다려보다가 하자고 했지만 어머니는 할까말까 고민에 빠지셨다.  그런데 의사 선생님이 핀셋을 이용해 수술후의 모습을 보여주시니 당장 하고 싶다고 하셨다. 후배가 보기에도 친정 어머니는 훨씬 젊어 보이더라는 말을 했다. 수술이라는 말에 살짝 겁을 먹었던 분이 달라진 모습에 없던 용기를 내신 것이다.

 

 

수술 하는 날, 후배의 손을 잡은 친정 어머니의 손은 진땀이 났지만 수술실로 향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두 눈에 붕대를 감은 어머니를 뵙게 되었다. 마취가 풀리고 휘청거리는 어머니를 모시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어머니는 혹시 친정 아버지가 주책이라며 타박을 하실까 걱정을 하셨다고 한다. 이미 상황이 종료되었는데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딸에게 민망했던지 들어오는 어머니를 향해 아버지는 퉁명스럽게 한 마디를 하시고는 방으로 들어가셨고 친정 어머니는 쇼파에 누우시고 후배는 다시 회사로 향했다.

퇴근 후 다시 들르니 친정 어머니는 아직 붓기가 있는 눈을 거울을 통해 계속 들여다보며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느라 여념이 없으셨다. 후배는 속으로 웃으며 '나이가 아무리 많아도 엄마도 여자는 여자구나'라고 생각했단다. 맞다 예뻐보이고 싶은 욕망은 나이를 불문한다.

 

 

나의 친정 어머니는 목에 커다란 붉은 점이 있는데, 젊어서는 사는게 급해서 병원에 갈 엄두를 못하셨다.

이제 나이가 들어 형편이 좀 나아져 다시 피부과를 찾으셨다. 상담결과 부위가 커서 10회 이상 레이저 치료를 해야하는데 피부노화로 만족할만한 결과는 얻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말을 들으셨다. 아무도 몰래 혼자 병원에 다녀오신 후 털어놓으셨는데 그렇더라도 치료를 받고 싶다고 하셨다. 엄마가 간절히 원하니 반대를 할 수 없었지만 10회 이상의 레이저 치료에 기간도 1년정도 걸린다는게 딸인 나는 내키지 않았다.

낼모레 70이신 분이 이제 뭐하러 사서 고생을 하실려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잠깐 엄마도 여자라는걸 잊은것이다. 하지만 다른 이모들의 강력한 반대로 엄마는 피부 치료를 포기하셨다. 친정 엄마가 정말 포기하신건지 지금도 궁금하다. 하지만 괜히 말 꺼냈다가 정말 실행하실지도 몰라 모른척하고 있다.

이제 70대 중반의 호호 할머니가 되셨지만 여전히 예쁜 옷, 예쁜 악세사리에 눈을 떼지 못하고 외출 전 이옷 저옷 입었다 벗었다 반복하며 거울 앞을 서성이는 엄마는, 여자이다. 40년전 혼자 되신 엄마를 보며 슬쩍 말을 건넨다.

"엄마, 할아버지 친구 생기셨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