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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느낌있는 여행

남산골 한옥마을을 지나 남산 북측 순환길을 걷다

 

남산골 한옥마을을 지나 남산 북측 순환길을 걷다

어린 시절, 남산은 가족 나들이의 최상의 코스였다.

봄꽃이 만개한 남산을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는 경험은 두고두고 이야기거리가 될만큼 화려한 나들이의 대명사였다. 하지만 우리 집은 몸이 불편하신 아버지와 직장일로 바쁘신 어머니때문에 남산 나들이를 한번도 해본적이 없다.  

결혼 전 가 본 기억과 아이들을 데리고 가 본 기억을 합쳐도 다섯번을 넘지 않는다. 가까이에 두고도 먼 산처럼 느껴졌던 남산을 아주 한가롭게 둘러 보았다.

 

 

지하철 3호선과 4호선이 만나는 충무로 역의 3번과 4번 출구 주변은 서울시 중구 필동인데 예전에 고급스런 한옥이 많았던 동네이다.

지금도 얼마쯤 남아있는 모양인데 빌딩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런 아쉬움을 달래려는 것인지 서울 시내에 흩어져 있던  한옥을 한데 모아놓은 한옥마을이 중구 필동에 있고 그 옆에 전통 놀이와 풍습을 알리는 한국의 집이 있다.

이곳에서는 전통 혼례식을 거행하기도 한다.

 

다양한 한옥들이 덩그마니 전시되어 있는 한옥마을, 자연스러운 민속촌의 한옥과 달리 마치 모델하우스같은 건조함이 느껴져 구경하는 마음이 서늘하다.

이곳은 관광객들에게 사진 촬영에 필요한 배경으로만 쓰이는 한옥들을 모아놓은 곳처럼 보인다.

한옥마을을 가로질러 후문으로 나가면 남산으로 건너가는 구름다리가 보이고 다리만 건너면 바로 남산을 밟게 된다.

 

남산길은 예전보다 훨씬 정비가 잘 되어 있었고 차량 통행이 거의 없어 걷기에 아주 좋았다.

많은 사람들이 여유로운 산책과 가벼운 운동을 즐기고 있었으며 제갈량을 모시는 신당인 와룡묘를 다녀가는 사람도 볼 수 있었다.

싱그러운 나무 냄새가 날것 같은 한옥집에는 '목멱산방'이라는 간판이 걸려있는데 알고보니 전통차와 비빔밥 등 음식을 파는 대중음식점이었다.

글쎄....고된(?) 산책길에 허기를 달래주고 마음을 녹여주는 차 한잔을 마시는거야 나쁘진 않지만 남산에 대규모 음식점이 꼭 필요했을까?

 

한겨울이라 물줄기를 멈춘 분수대를 지나니 안중근 의사 기념관이 웅장한 모습을 보이고 백범 김구 선생의 동상도 보인다.

이전에 왔을 땐 못보던 것들이다.

놀러 오는 곳이고 데이트하러 오는 곳이 남산인줄 알았는데 독립운동의 선구자이셨던 분들의 모습을 보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서울을 내려다보는 이 분들의 감회가 어떨지 짐작해 본다.

 

 

 

애국가의 가사에 나오는 남산에는 철갑을 두른 소나무가 있다고 했다.

일제는 남산의 푸른 소나무가 항일 정신을 북돋는다하여 모두 베어버리고 아카시아 나무와 잡목들을 다시 심었다고 한다.

일제에 항거하던 그 시절의 소나무는 이제 남산에 없다. 아니 있을 필요가 없어졌다.

지금 남산엔 부드럽고 싱그러운 푸른 빛을 뽐내는 소나무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