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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도덕 사이의 갈등 - 낙태를 반대하던 어머니의 변심

 

법과 도덕 사이의 갈등 - 낙태를 반대하던 어머니의 변심

성당을 다니며 신앙심이 컸던 한 어머니가 종교적인 신념을 가지고 낙태반대를 외치며 미혼모들을 돌보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뱃 속의 태아도 하느님이 주신 생명이니 낙태는 살인이나 마찬가지라며 그녀는 열심히 외치고 다녔다.

그런 그녀의 딸이 원치 않는 혼전 임신을 하고 말았다. 애정도 없이 생긴 아이라 아이의 아빠와 결혼할 생각도 없다고 했다. 청천벽력같은 상황에 어머니는 괴로워한다. 딸은 낙태를 원하고 어머니는 반대한다. 앞길이 구만리같은 딸이 사생아를 낳게 놔둘 수는  없다는 것과 종교적인 신념과의 사이에서 어머니의 갈등이 시작된다.

 

 

딸의 갈등 : 법과 도덕 사이의 갈등

소설이나 드라마, 영화 등에서 재미와 흥미를 더 해주는 요소는 갈등이다.

이 갈등이 단순한 흑백논리처럼 구분이 확실한 경우도 있지만 위의 경우처럼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도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법적인 문제와 부딪치는 경우와 그 반대로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도덕적인 문제와 부딪치는 경우가 그렇다.

예를 들면 죄를 저지른 가족을 숨겨주는 것은 범인 은닉죄이지만 혈연관계에서는 숨겨주는 것이 당연하다. 반대로 어른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 것이 불법은 아니지만 일반적인 우리네 도덕관념에서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위에서 예를 든 것처럼  미혼인 딸의 임신은 도덕적인 규범에 벗어난 행동을 한 것으로 간주되어 사람들의 지탄을 받을 수 있다. 미혼모가 집단에게 직접적인 불이익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결혼한 부부 사이의 출생만 인정하는 사회에서는 기강을 흐릴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만약 출산을 하게 된다해도 마찬가지이다. 불법을 피하기 위해 출산을 하지만 도덕적인 기준에 벗어났기 때문에 아이와 엄마 모두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없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도덕규범도 지키고 법도 지켰지만 결과적으로 그녀는 도덕적으로 지탄받고 법적인 보호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되고 만다.

 

어머니의 갈등 : 모정과 신념 사이의 갈등

어머니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낙태를 반대하던 자신이 딸의 임신 사실에 낙태 찬성쪽으로 말을 바꾼다해도 그녀는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다. 다만 이전까지 고수헸던 자신의 신념을 스스로 바꿔야하는 상황에 자책만 할 뿐이다. 그런데 어느 땐 이 '자책감'이 법적인 제재보다 더 큰 고통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견딜수 없을 만큼 말이다.

세상 어는 어머니가 미혼모가 되려는 딸에게 흔쾌히 아이를 낳으라고 감히 말할 수 있겠는가 그 점을 생각하면 어머니의 갈등은 당연하다. 딸이 사회구성원으로서 지탄을 받지 않고 살게하려면 어머니는 딸의 낙태를 찬성하는게 정상이다.

 

'윤리'란 사람으로서 지켜야하는 기본적인 도리이다.

미혼모가 되기 싫은 딸의 낙태를 억지로 막아야 하는지 아니면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으로 무조건 출산을 해야 하는지, 불법을 피하기 위해 원치 않는 출산을 하고 법적인 보호가 약한 미혼모의 인생을 강요해도 되는 것인지, 낙태반대를 하던 어머니의 변심에 손가락질을 할 수 있는지. 

'바로 그거야!'라고 무릎을 칠 만한 가장 정답에 근접한 답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