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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all/영화 이야기

피부를 뚫고 심장에 부딪치는 아프리카 북소리 - 뮤지컬 '우모자'

 

작년까지는 어버이날에 마음의 선물을 받았지만 올해부터는 실물이 곁든 선물을 받고 싶다고 아이들에게 말했다. 그렇게 받은 것이 '우모자' 티켓이다. 우모자는 우연히 광고를 보고 확~ 끌렸던 뮤지컬이다.

흐믓한 기분에 오붓한 저녁데이트를 나섰다.

 

 

아프리카의 전통 음악은 타악기인 북과 목소리만으로 표현되지만 율동이 곁들여지면 다이나믹함과 열정, 그리고 폭발적인 에너지가 느껴지는 게 특징이다.

금관, 목관, 건반 등 화려한 악기들이 어우러지는 서양음악과 달리 아프리카 음악은 사람의 목소리가 악기가 된다. 그래서인지 그들이 합창을 하면 악기가 없음에도 악기가 연주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노년의 해설자는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하는 것, 그리고 가장 그들답게 만들어 주는 것이 '음악'이라고 하였다. 음악은 아프리카인들의 생로병사와 희노애락을 담고 있다며 말이다. 그리고 그들만의 음악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막힌 공간에서 울려 퍼지는 북소리는 공기를 타고 관객의 온 몸을 강타하면서 심장에 부딪친다.

거듭되는 북소리에 심장이 장단을 맞추고 전율이 흐름을 느낀다. 북소리와 함께 노래가 시작되는데 거칠고 힘찬 목소리는 밀림의 생명력을 그대로 전달한다.

아프리카인들은 음악적 성향을 타고 난 사람들같은게 자신들이 노래할 때도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이 노래할 때도 리듬을 타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아프리카인은 몸으로 리듬을 타고 영혼으로 느끼는 사람들이다.

탄력좋은 고무공이 통통 튀듯 열정적인 안무는 사람의 혼을 쏙 빼놓고 감탄과 환호성을 절로 지르게 만들고 영혼의 저 밑바닥을 훑는 듯한 저음의 노래는 가슴을 저미게 만든다. 슬픔과 억압의 고통도 음악으로 승화시키는 그들에게 있어 '음악'은 삶 자체라는 설명이 맞다.

 

 

여타의 뮤지컬 배우들처럼 늘씬한 몸매도 아니고 (사실 이런 면이 소박하면서 친근감있게 다가왔다) 화려한 무대 장치도 아니고 첨단의 음향장치도 없었지만 맨 몸에서 터져 나오는 에너지가 고스란히 전달되는 무대였기에 만족스러웠다.

분명 이국적인 모습이고 낯선 음악인데 얼핏 우리의 전통 음악 기운이 느껴졌던건 아마도 '한'이라는 공통점 때문인가보다.

2시간의 공연이 지루할틈 없이 지나갔고 무대가 막을 내리고 배우들이 사라졌는데도 그 울림이 그 여운이 지금까지도 여전히 내 몸을 감싸고 돈다.